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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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C 브라스(Brass) 만년필 개봉 _ Mini Size

| Mashimaro | 2017. 3. 28. 12:21


기다리던 브라스 만년필이 도착했습니다. 어제 택배회사에서 메일이 왔길래 오전중 배달로 신청해 두었는데, 9시50분경에 딱 도착을 했더라구요. 부랴부랴 만져보고, 사진찍고 이렇게 올려봅니다. 언제나처럼 팩토리에서는 취급주의 스티커를 붙여서 보내주는데, 이번엔 서류봉투만한 작은 택배임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취급주의 스티커가 붙어있더라구요. 늘 포장을 열기 전부터 기분좋게 해줍니다. (여기서, 이 조그만 미니만년필이 들어있는데 왜 서류봉투만한 크기냐고 물으신다면, 그것은 트래블러스 타임즈 [Traveler's Times]가 같이 들어있기 때문이죠.그럼 꺼내봅니다.






사진에 보이는바와 같이 카트리지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사실 배송비 내기 싫어서이기도 했구요. 팩토리에서 만년필가격을 열심히 낮춰주어서 만년필만 주문을 하게되면 배송료가 붙더라구요. 그리고, 그것도 그것이지만, 사실 TRC(Traveler's Company)이름으로 내는 순정 카트리지를 당분간 좀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구요. 물론 여느 만년필처럼, 구입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안에 카트리지가 1개 동봉되어 있습니다. 색깔은 블랙으로 들어있었어요.


뭐, 카트리지는 다들 아는 일반적인 국제규격의 카트리지니까 옆에 두고, 만년필을 서둘러 개봉해봤습니다.







구성품은 이러하구요, 카트리지는 국제규격이니까 아무래도 몽블랑이나 펠리칸 같은 다른 카트리지들도 활용 가능할 것 같아요. 하지만 주의할 점은, 국제규격의 '소형'카트리지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큰거 구입하시면 안들어갑니다. 그리고, 몽블랑 카트리지같은 경우는 일정한 두께가 아니라 뒤로 갈수록 굵기가 굵어지는 형태라 슬림한 형태인 이 브라스펜의 경우 호환이 가능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저도 카트리지는 잘 사용하지 않는터라 현재는 확인할 길이 없네요. 정 안되면 주사기신공으로 빈 카트리지에 잉크를 넣어서 테스트해보고 사용할까 생각중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가지고 있는 잉크는 많으니까요. 저는 점도가 높은 몽블랑잉크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도 6개 들어있는 순정카트리지를 하나 구입했으니, 먼저 열심히 써보고 비교해봐야겠습니다. 





그럼 다시 외관부터 봅시다. 트노 올리브에디션을 찍을 때도 색감을 전달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브라스펜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분명히 이 사진보다 훨씬 황금빛에 가까운 색인데, 잘 표현이 안되네요. 진짜 사진 잘 찍어서 올려주시는 분들 참 대단하십니다. 그래도 전 장비탓은 하지 않겠습니다. 바꿔도 실력이 그닥 좋아질것 같지가 않다는 슬픈 확신이!


색감은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떼샷(단체샷)의 즐거움을 또 빼놓을 수 없기에 제가 가지고있는 미니 만년필들과 함께 놓고 찍어봤습니다. 





가장 위에 있는 것이 '세일러 프로기어슬림 미니'이고  ef촉입니다. 세번째가 몇년 전 공동구매로 구입했었던 '카웨코 릴리풋 브라스' 만년필이고, 이 친구도 ef촉입니다. 가운데 있는 것이 이번에 도착한 브라스 만년필입니다. f촉 한가지 종류로만 발매가 되어서 촉 두께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뚜껑을 열어서 뒤에 꽂아봤습니다. 만년필을 사용할 때 뚜껑을 뒤에 꽂지 않고 사용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렇게 물리적으로 길이가 짧은 미니 만년필들은 구조적으로 그냥 사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뚜껑을 연결했을때에 길이나 무게중심이 필기할때 많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브라스만년필의 길이가 가장 깁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좋습니다. 사실 세일러 미니의 경우나 카웨코 릴리풋을 사용하면서도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저의 경우는 일반 만년필도 뒤에 뚜껑 꽂아서 사용하는 스타일이라, 아무래도 미니 만년필들의 경우는 체감상 길이가 짧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진의 초점이 좀 안맞긴 했지만, 닙의 크기도 가늠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브라스 만년필의 닙 크기가 세일러와 카웨코의 딱 중간정도의 크기네요. 






사실, 이 만년필 구입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닙의 두께였습니다. f촉이라고 적혀있는데, 과연 유럽산 f촉인지 일본산 f촉인지가 궁금했거든요. 전 세필을 좋아해서 대부분의 만년필을 일본산 ef촉으로 구매하고 있고, 또 TRC 자체가 일본업체니까 내심 기대반으로 확인해봤는데, 조금 미묘합니다. 육안으로 봤을때는 카웨코 릴리풋 ef촉랑 비슷한 두께의 느낌이 있네요. 그런걸 보면 일본 f닙쪽에 가깝다고 무방하다고 생각은 되는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조금 굵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조금 특이한 점은, 닙에 홀이 없습니다. 홀이 없는 만년필 닙은 개인적으로 처음 써보게되네요. 무게감도 좀 있습니다. 체감상으로는 카웨코 릴리풋이랑 비슷한 정도의 무게감입니다. 아무래도 둘 다 황동제품이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무게감이 있는 쪽을 선호하는 터라, 좋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만년필 중에서도 캡리스 매트블랙을 아직도 '가장' 사랑합니다.)





동봉되어 있는 카트리지 하나 넣고 써봤습니다. 카트리지 넣고 가장 먼저 놀랐던 건, 잉크가 정말 빨리 나옵니다. 사실 컨버터로 사용할때는 한번씩 잉크를 살짝 빼주면서 금방 사용할 수 있는데, 카트리지는 새로 꽂으면 잉크가 나올때까지 일반적으로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카트리지를 꼽자마자 바로 잉크가 나오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빨리 나와서 당황했을 정도네요.






일반적인 5mm크기의 방안용지에 사용했으니 크기를 참고해서 봐주세요. 용지는 일본 고쿠요사에서 나온 노트의 자투리 종이를 사용했습니다. 

필감은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어쩌면 제가 세필만 주구장창 사용해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니,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느낌임을 말씀드립니다. 흐름도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너무 콸콸 나오는 것도 아니고 딱 적당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저는 부드러운 버터필감보다는 어느정도 저항이 있는 쪽을 더 선호하는데, 아무래도 트노에 사용되는 MD용지가 약간 잡아주는 느낌의 종이라 트노에 사용하면 딱 적당한 정도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참고로 카웨코 릴리풋으로도 함께 써봤습니다. (카웨코 이친구 카트리지 꽂아 놓고나서, 잊어버리고 사용 안한지가 정말 오래됐는데, 신기하게도 아직까지도 잉크가 안마르네요. 가끔씩 꺼내볼때마다 미스테리입니다. 과연 언제까지 버텨줄지..)






써보고나니 느낌상으로는 유럽제 f촉 같은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잘 표현이 안되었지만, 확실히 카웨코 릴리풋 ef보다 살짝 굵은 느낌으로 써집니다. 하지만 일본어로도 細字(f촉을 뜻함)라고 쓰여있고, 그렇다는 것은 일본기준의 f촉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제가 받은 만년필이 f촉 중에서 살짝 굵은 편에 속하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확실히 제가 가지고 있는 일제 만년필인 파일롯 제품의 f촉 보다는 살짝 굵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사실 미니만년필 두자루 사용하던 중에 가장 불편했던 것 하나가 닙을 돌려서 꽂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아무래도 미니만년필을 사용하는 이유는 휴대하기 쉽다는 것이고, 휴대하기 쉬운것을 찾는 이유는 바로바로 꺼내쓰기 위해서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휴대하거나 노트에 꽂아서 다니기에는 참 좋은데, 정작 이걸 사용하기 직전에 뚜껑을 꽂는 시간을 소비해버린다는 겁니다. 이게 은근히 거슬리거든요. 일반 펜이야 뚜껑을 열고 바로 사용하면 되지만, 미니만년필은 뒤에 꽂아야 하니까요. 그런면에서 사실 제가 가장 기대했던 점은 저 총알모양 결합부에 바로 꽂아서 사용하는 그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그부분은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단지 주의하는게 좋을 것 같은 것은, 오히려 펜을 뽑을 때에 닙이 다치지 않도록 잘 열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아무튼, 저는 만족입니다. 저 위에 보이는 카웨코 릴리풋도 브라스제품이라 황동제품 특유의 사용감이 보이는데, 이번에 받은 브라스펜은 어떻게 예쁜 모습으로 산화가 될지 기대가 됩니다. 그게 또 가죽과는 또 다른 브라스제품의 매력이죠. 벌써 손때 묻고 난리가 났습니다. 열심히 막 굴리면서 애정해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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