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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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토마스 하디 『테스』

| Mashimaro | 2017. 3. 9. 04:14




     




테스는 중학교때 읽었던 것 같은데...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않고, 알렉 나쁜놈... 이라는 이미지 밖에 안남아있었던 것 같았다. 이렇게 나이가 먹고 다시 읽게 되었는데... 음... 생각보다 많은 시대상과 개인과 사회의 이념과 갈등 등 많은 것들을 그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누구의 표현처럼 이 고구마 잔뜩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이 지배적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건 아마도 내가 이미 많이 달라진 사회를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상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접적인 경험과, 아직도 잠재적으로 사회적인 강요가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스토리의 구성은, 딱 아침 막장드라마...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고.. 문체는 마치 운문을 읽는 것 처럼 수식어들이 굉장해서 한문장을 꼽씹어 읽기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빨리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읽고 있는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 다른 전개로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해서였던 것 같다. 


왠만하면 주인공 테스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내가 그녀였다면 어쨌을까...라는 가정하에 읽으려고 노력했는데... 어느정도 충동적으로도 그려지는 테스가 오히려 나보다 조금은 더 침착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같은 상황이 되었을때, 내가 과연 그녀처럼 인내하며 고민하며 상황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라는 물음에 자신있게 답하지 못했으니까... 아마, 어쩌면 이성을 잃어서 결말쯤에 일어날 사건이 초반에 일어나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으니까.. 그리고, 오히려 알렉이 자신의 과거를 회개하는 개종자로 등장했을때 솔직히 내가 당황하긴 했다. 죄를 저질렀으나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 사람을 무조건 비난해야하는가... 하지만, 정작 피해자인 테스가 아직 용서하지 못했는데... 라는 내면적인 갈등이 내 안에서 있었다. 물론 하나님이라면 그럼에도 부족하고 죄지은 인간을 용서하시겠지만.. 나도 테스도 사람이다... 그를 용서할 수 있는가...? 라는 고민이 꽤 있었는데.. 작가가 나의 고민을 한방에 날려줬다. 알렉이 예전캐릭터로 돌아와 주는 바람에...


문학작품을 읽을 때마다, 가끔.. 내가 그나마 이시기에 태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만큼, 테스는 현실을 반영한 소설이었고, 그러한 현실속에서 특별한 권력이나 힘이 없는 하층민의 한 개인이 삶을 지속해갔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삶과 노동, 가난 등이 그녀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니라, 사회와 사람들이 만들어낸 생각들이 그녀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이 비단 지금의 시대에서도 어딘가에서 줄곧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소위  진보 사상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 대부분은 수 세기에 걸쳐 막연하게 파악해 온 감정들을 〇〇학(學)이니 또는 〇〇주의라는 낱말을 써서 보다 정확하게 표현한 것, 최신 유행에 따라 정의 내린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자 그런 인식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어쨌든 만일 그녀가 무인도에 혼자 있었다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그렇게 비참해했을까? 아마 많이 슬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일 그녀가 그런 운명으로 태어나서 자신이 남편도 없고 이름도 갖지 못한 아이의 어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상황 때문에 절망에 빠지게 되었을까? 아닐 것이다. 그녀는 그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것이고 그 안에서 기쁨을 추구했을 것이다. 비참한 느낌은 대부분 그녀가 젖어 있는 인습에서 초래된 것이지 그녀의 타고난 감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참을 수 없이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몸이 찢겨 나간 것도 아니야! 철철 피를 흘리는 것도 아니고, 밥을 먹고 옷을 입을 수 있는 두 손도 이렇게 멀쩡하잖아.」 그녀는 지난 밤 울적한 마음에 사로잡혔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녀의 슬픔은 대자연에서는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기껏해야 인간들이 제멋대로 만들어 낸 사회법에서 오는 비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디가 보기에 순결은 한 인간의 품성에서 우러나오는 내면적인 미덕이지 결코 사회가 규정한 외면적인 형식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었다. (김문숙_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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