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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조남주 『그녀 이름은』

| Mashimaro | 2018. 8. 18. 13:09



일본어 리뷰 [Japanese Review]

チョ・ナムジュ 『彼女の名前は』




조남주 작가의 작품을 또 한 번 읽었다. 이번 작품 또한 화자가 여자인데, 《82년생 김지영》처럼 하나의 장편소설이 아니라, 이번작품은 소설집이다. 단편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더 짧은 느낌에 짧은 에피소드의 나열처럼 보이는 소설집인데, 책의 앞부분에 붙어있는 작가의 말을 읽다보면, 이 책이 많은 여성들을 인터뷰해서 쓴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처음 이 책의 책소개를 보았을때, 첫번째 작품에 대한 스토리가 나와있었고, 화자도 여성이어서, 정말 이 작가가 완전히 페미니즘 작가로 방향성을 잡았나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첫 작품부터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소재였기에, 나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집은 좀 더 포괄적인 스케일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집이었다. 이번 작품은 성희롱, 성폭력, 혹은 성차별에 대한 작품이라기 보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가 이러이러해서 힘들었어, 혹은 내가 이래서 너무 견딜 수가 없어, 이건 바뀌어야해.. 뭐 이런식의 이야기들이 아니라, 남녀노소, 혹은 다양한 상황가운데 있는 여성들 그 모습 그대로를 그려낸 듯한 느낌이다. 말 그대로 모든 '그녀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 읽고나니 이 작품집의 제목이 납득이 가는 것 같다. 


사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나서, 같은 책을 읽었던 꽤 다수의 남성들과 굉장한 갭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집도 그러할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책은 작가가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 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마치 결론 없이 각 에피소드들을 담담하게 그냥 '서술'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에, 생각은 우리 몫이 된다. 특히나 이번 작품집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만한 사회문제들 혹은 사건들을 직접적으로 다루었는데, 어쩌면 오히려 이러한 부분에서 또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좋았다. 이전에 읽었던 《쇼코의 미소》보다도 더 직접적으로 다루는 느낌이었다.


이전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조남주 작가는 굉장히 현실적인 작가인 것 같다. 소설 속에 현실을 너무 잘 녹여낸다. 심지어 이번작품은 인터뷰를 기반으로 썼으니, 더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정말 겁없고(?) 강단있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아마도 다음 작품에서도 조남주 작가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쓰지 않을까 싶다.   





소진은 직장에서, 학교에서, 모임에서, 자신이 속한 크고 작은 집단에서 일어난 성폭력 고발 글들을 읽었던 기억이 났다. 그 글들을 보며 소진은 자신도 겪었던,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거나 방관했던 폭력들을 떠올렸었다. 그때는 온라인 서명도 하고 소소하게 모금에도 동참했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지는 못하고 살았다.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찾아보니 제대로 대가를 치른 가해자는 별로 없고 폭로라는 마지막 방법을 선택했던 피해자들은 명예훼손, 모욕, 무고 등으로 역고소를 당해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_ 두 번째 사람



"꼭 그런 건 아닌데,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소개팅 할 시간도 없는데 연애할 시간은 있을까. 결혼할 시간은 있을까. 평범하게 산다는 건 뭘까."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피곤하지만 대학원에 다니며 계속 공부하고, 게으른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지금 내 삶이 무척 만족스럽다. 하지만 나리가 말한 그 '평범한 삶'을 나도 살아본 적이 없으니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_ 나리와 나


나도 그랬어, 우리 때는 더 했어, 라는 말을 하는 메인작가가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 해야 하는 말을 안 하는 사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오늘 삼킨 말, 다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말들을 생각한다. _ 나리와 나



신난 조카들을 보면서 삼십 년 후, 어쩌면 그보다 더 이르게 찾아올 나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한다. 아마도 곁에 가족은 없을 것이고 그때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뜨거운 내 유골함을 들고 이 길을 걷게 될 이가 단정하고 예의 바르고 이 일에 능숙한 사람이면 좋겠다. _ 공원묘지에서



"언니, 나 결혼 할까 말까? 결혼이라는 거 어떤 거야? 할 만한 거야? 언니가 하지 말라면 그냥 여기서 멈출게. 이유 같은 거 묻지 않을게."

"결혼해. 좋은 일이 더 많아. 그런데 결혼해도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엄마가 되려고 하지 말고 너로 살아."

그게 쉽지 않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대로 나는 내 이혼을 진행했고 동생은 결혼을 준비했고 나와 동생의 일 모두 잘 마무리됐다. 이게 엔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야기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될 것이다. _ 이혼일기



"형부가 눈치가 좀 없네."

"눈치 없을 수 있는 것도 권력이야."

언니 말이 맞다. 눈치가 없다는 것은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_ 결혼일기


결혼을 준비하는 내내 언니의 말을 생각했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엄마가 되지 말 것.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살아갈 것이다. _ 결혼일기



내가 웃었더니 김 기사도 웃고 지나갔다. 매일매일 아홉 시간씩 무사히 운전하는 사람. 그게 달인이지 별게 달인인가. 그래도 오늘 인생의 목표가 한 가지 생겼다. 언젠가 운전의 달인으로 〈달인을 찾아라〉에 출연하는 것. _ 운전의 달인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인지, 곧 사회로 나간다고 생각해서인지 은미는 부쩍 어른스러워졌다. 나는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 은미가 재밌고 즐겁게, 때로는 실수도 하고 방황도 하고 추억도 많이 만들면서 학창시절을 잘 보냈으면 좋겠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이다. 은미에게도 학창시절은 풋풋하고 빛나고 아름다워야 한다. _ 큰딸 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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