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은 후부터 계속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이다. 주인공은 '어리석은 신'이라는 뜻의 우신인데, 자신을 칭송하는 식의 연설문을 통해 역설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우신'이라는 설정은 정말 탁월했다는 생각이.. 문제는.. 내가 이 책을 3분의 1쯤이나 이해했으려나? 하는 생각.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는데.. 사실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상당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리스로마신화나 일리아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정도는 섭렵해야 에라스무스의 진정한 비꼼(?)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스로마신화 조차도 아직 제대로 읽지 못한 나로서는 음... 아직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을 놓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정도로 다시 제대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없는듯.
사회 비판적인 내용도 꽤 있었지만, 절반정도는 종교에 대한 비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당시 사회 자체가 종교중심적인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크리스천인 나는 오히려 이 파트가 더 이해하기 쉬운 면도 있었다. 저자 본인도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었고, 당시가 카톨릭 중심의 배경인 것도 있었겠고.. 특히, 부록으로 붙어있는 굉장히 긴 서한을 통해서 에라스무스라는 사람이 엄청 돌직구를 날리는 스타일이라는 것도 느꼈다. 난 잡지에 몇몇 논문 비판하는 글을 쓰는것도 엄청 살떨리던데.. 편지를 쓰면서 이정도로 돌직구를 날리다니. 진정 존경스러웠다. 본인이 천재적인 사람이라는 걸 아는걸까? 물론 자신이 쓴 글에 그만큼 꿀리는게 없다는 뜻이겠지.. 난 논문이 제본이 되어 책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벌써 어디 내밀기 부끄러워지던데..
아무튼, 이 책은 서양고전을 조금 더 섭렵한 이후에 꼭 다시 읽어야 할 책으로 남겨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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