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Books/Book Review

고바야시 미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 Mashimaro | 2018. 3. 12. 04:14






처음에 제목을 보고, 이건 또 무슨책이야? 라는 느낌이었다. 60일간의 무료대여로 올라왔던 책인지라, 한번 읽어봐도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왠지 표지도 가벼운 느낌이라 별 생각/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엔 이 책이 소설인 줄만 알았다. 아무리 무료대여라고.. 책의 장르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니...--;;; 아무튼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인데, 이건 전혀 가볍게 읽을 책도 아니고 또 그저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현대 부부관계, 가정의 구성, 성역할, 사회적인 여성문제 등을 포괄하는 이야기를 14명의 여성을 인터뷰한 내용을 통해 구성했다. 


일단 남편이 죽어버렸으면...이라는 가정은, 일본의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대사이다. 간단한 사례를 보자면, 일본의 경우 남편이 사망하면 그의 명의로 되어있던 론(예를들어 집을 사기위한 대출금 등) 등을 부인이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즉, 이혼을 했을때 발생하는 이런저런 금전적인 손해와 복잡해지는 입지와 환경을 고민하는 것보다, 남편이 죽어주는 것이 심플하고 편리하다는 원리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부부관계가 좋거나 화목한 가정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내가 고통받고 있는 경우의 이야기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들이고, 꽤나 유사한 케이스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이건 좀...이라고 생각되는 극단적인 케이스도 간혹 등장했다. 어쨌든 현대사회, 특히나 일본사회는 더 이혼하는 부부, 깨어지는 가정이 많은 상황이다. 이 책속에서는 각 개인의 케이스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사회문제이고 개인들만의 노력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회 제도적인 상황과 변화등을 읽어내는 대는 이 책보다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가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이 여성들의 불만과 고충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후반부에는 남편들도 어쩔 수 없는 제도적인 상황들과 관습 등을 함께 소개한다. 나름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느낌이다. 인상적인 것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은 결혼하면 여성의 성씨를 남성의 성씨로 바꾸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인데, 이 부분이 꽤나 여성들을 심리적으로 힘들게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충분히 공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육아문제와 같은.. 일본의 사례에서 한국과 비슷한 상황들도 많이 발견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너무나 많은 의견차이와 여성문제를 주제로 한 대립이 과열되는 분위기를 많이 보게된다. 이정도로 많이 다른가보다 우린. 이 책을 읽고 결혼하지 않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이건 비단 이 책의 내용이 그렇기때문만이 아니라,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사회가 이 책과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는 걸 이미 알기 때문인 것 같다. 뭔가 점점 더 삭막해지는 느낌이다. 





직장에서 일하던 아내의 생활 패턴이 육아휴직 기간 동안 전업주부로 바뀌고 남성이 그 생활에 익숙해지면 아내가 복직한 후에도 집안일이나 육아를 그대로 떠맡는 경우가 많다.


"제발 부탁이니 아이를 지원해 주는 제도를 좀더 늘려주면 좋겠어요. 국가 예산을 아이에게도 할애해 주세요. 남편이 없어도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배우자에게 크게 실망했는데도 과감히 새출발 할 수 없는 사회제도가 배우자의 죽음을 바라게 만드는 거에요."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아내가 남편에게 살의를 느끼는 배후에는 사회문제가 크게 작용한다. 각각의 부부들에게 그 난관을 알아서 극복하라고 강요하는데,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러한 부부의 실태를 통해 아마노 회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내각 지지율 따위를 신경쓰는 것보다 가정 내 생존율을 높이는 게 중요해요. 아내를 인정사정없는 괴물로 만들거나 남편에게 살의를 느끼는 원인은 모두 남편한테 있습니다. 가정에서 아내는 계속 진화하지만, 남편은 진화를 멈춘 상태입니다. 그래서 남편은 사회와 똑같은 척도로 가정을 바라보며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지요. 하지만 사실 가정 내 서열은 아내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은 아이들이며, 세 번째는 반려동물이에요. 남편의 서열이 가장 낮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아내를 우러러볼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남성들의 의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아내와 소중한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싶고, 집안일이나 육아를 함께 하고 싶다는 남성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남성의 가사 및 육아를 방해하는 직장 환경이 아내의 살의를 부추기면서 불행이 시작된다. 아내가 원망하는 일 없이 부부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가장 먼저 직장의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공감'과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