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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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 Mashimaro | 2018. 3. 13. 10:08

 

 

 

 

 

 

이 애증의 책을 도대체 언제 사놓고 이제서야 다 읽은건가... 읽기는 2년 전에 읽기 시작해서 그대로 방치해뒀다가 오랜만에 다시 집어들어서 단숨에 주욱 읽어버렸다. 나에겐 한켠에 남아있는 짐 같았던 책이랄까. 사실 이 책이 빅히스토리에 대한 책이라는건 알지도 못한채, 그저 제목이 '사피엔스' 였길래 별 고민없이 구입해서 읽게 된 책이다. 아무래도 내 전공이 구석기 고고학이고, 우리쪽에서는 후기구석기시대로 전환되는데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존재가 바로 호모 사피엔스이기 때문에, 후기구석기시대의 시작과 전환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거의 본능적으로 집어들었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제목은 나름 적절했다고 본다. 그리고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피엔스라는 '종'의 개념을 가지고 설명을 시도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런 부분은 과연 《총, 균, 쇠》에서 큰 영감을 받은 작가라 할 만 했다. 

 

하지만 내가 농업혁명 부분까지 읽으면서 진도가 정말 더디나가고, 결국엔 거의 2년가까이 책을 방치해두었던 이유는, 이 역시 내가 선사시대 전공자이기 때문이다. 빅히스토리라는 장르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이 책은 교양서적이고 저자의 가설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했다. 확실히 저자의 가설과 접근하는 시각은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게 서술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저자의 생각이지 정설로 인정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그럴듯한(?)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겠지만, 이 책이 하필 선사시대 파트부터 시작을 하는 바람에 난 읽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실제로 초반에 읽으면서 "응? 뭐라고??" 혹은 "그렇지 않아,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를 연발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접어놓았던 책이었으나, 2년만에 조금은 드라이해진 마음으로 읽었더니 단숨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인정해야할 것은, 이만큼의 방대한 시공간의 이야기를 나름의 가설을 가지고 흥미롭게 풀어낸 것은 분명한 저자의 필력이다. 최근 박사논문을 쓰면서도 이정도로 헉헉대었던 나로서는 이러한 빅히스토리를 써내는 작가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는 나도 이런 교양서적을 써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유발 하라리가 가장 큰 영감을 받았다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이 책이 왜 아직도 전자책으로 안나오는 걸까.. 일본어판은 전자책으로 나와있긴 하지만, 한국어로도 읽기 힘든 그 분량을 일본어로 다 읽어낼 자신은 없고..ㅠㅠ 매번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계속 미뤄두고 있었는데, 왠지 다음 번 한국에 다녀올 때는 구입해와야 할 것 같다. 

 

 

 

 

당신의 아주 좁은 전문영역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할 테지만,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다른 방대한 영역에서는 다른 전문가들의 도움에 맹목적으로 의존한다. 이들 전문가 역시 그들의 영역에 지식이 한정되어 있다. 인간 공동체의 지식은 고대 인간 무리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지만, 개인 수준에서 보자면, 고대 수렵채집인은 역사상 가장 아는 것이 많고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진화는 평등이 아니라 차이에 기반을 둔다. 모든 사람은 얼마간 차이 나는 유전부호를 가지고 있으며, 날 때부터 각기 다른 환경의 영향에 노출된다. 그래서 각기 다른 특질을 발달시키게 되며, 그에 따라 생존 가능성에 차이가 난다. 따라서 '평등한 창조;란 말은 '각기 다르도록 진화했다'는 표현으로 번역되어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기억을 전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몇 차례 전수가 이어지고 나면 혼동과 착각이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생물학은 매우 폭넓은 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사람들에게 어떤 가능성을 실현하도록 강제하고 다른 가능성을 금지하는 장본인은 바로 문화다. 

 

과학혁명은 지식혁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지의 혁명이었다. 과학혁명을 출범시킨 위대한 발견은 인류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른다는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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