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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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우에노 치즈코, 미나시타 기류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 Mashimaro | 2017. 10. 2. 22:49



일본어 리뷰 [Japanese Review]

上野千鶴子・水無田気流 『非婚ですが、それが何か!?』



사실 이 책에 처음 눈길을 두게 된 것은 '비혼'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내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래도 이러한 소재에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고, 또 일부러 당당(?)하게 '비혼'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는 것이 내 관심을 끌게 했다. 난 현재 일본에서는 30대 중반의 나이이지만, 한국에서는 30대 후반이 되어버린, 예전 말로 하면 노처녀이다. 굳이 독신주의자라서 결혼을 '안'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지하게 결혼을 하고싶은데 결혼을 '못'한것도 아니다. 음.. 어느쪽이냐 선택하라하면 참 애매하다. 사실 혼자 살고 있는 지금이 너무나도 편하지만, 난 또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살다가 좋은사람 만나면 결혼도 하지 뭐.. 라는 생각이다. 단지, 나이는 이렇게 들어가는데 결혼을 못해서 어쩌지..라는 식의 조급함은 갖지 말자는 식으로 나 스스로 정리해 둔 상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걱정했던 것은 일부 페미니즘 관련 서적처럼 엄청 감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내 예상은 빗나갔다.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두 여성의 대담집인데, 일본의 전후세대를 직접 경험한 1948년생 여성학자와 1970년생 사회학자가 툭 터놓고 이야기한 대담을 정리해서 내놓은 책이다. 사실 제목에서 나타나다시피 '비혼'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지만, 읽다보면 이러한 비혼문제가 비단 결혼의 문제, 인구학적인 문제 뿐만이 아니라 정말 많은 영역들을 내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점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일본과 한국의 상황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굉장히 비슷한 부분도 많았다. 특히 역사적으로 얽혀있는 부분들도 있고, 또 은근한 라이벌관계도 있어서, 일본의 상황들을 한국의 경우와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재미라기보다 착잡한 공감...이랄까? 아무튼, 일본에 살고있으면서도 이러한 문화는 어떻게해서 형성된건지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어느정도 해소가 된 느낌도 있다. 


무엇보다도 한 세대정도가 차이나는 두 여성의 대화라는 점이, 이 책의 내용들을 납득하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편향된 생각으로 마무리하지 않기 위해서, 사회를 읽어가는 시각의 차이, 지금까지 바뀌어 온 문화와 정책의 차이, 그리고 방법론들.. 많은 부분에서 다른 두 여성의 대화를 통해서, 어찌보면 낯설 수 있는 일본의 케이스 임에도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대담이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캐릭터도 어느정도 드러나는 느낌을 받았다.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나, 어떠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또한 꽤 다른 두사람이었기에, 두 사람이 쓴 다른 책들을 한 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혹시나 TV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일본의 여성의 인식과 성역할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이 어느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본 내에서 젠더론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그리고 어떠한 성담론이 이루어져 왔는지, 현재의 성역할의 변화나 문제들은 근본적으로 어떠한 원인에서 나타나는 것인지 등에 대해 개괄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책이 될거라 생각한다. 





결혼은 사실 하나의 문에 불과하다. 결혼하지 않고 싶어졌다면 열려 있던 문을 닫아두는 것뿐이라고 말하자. 이유는 단순하다. 닫고 싶기 때문이다. 아마 닫으려는 문틈에 잽싸게 발을 끼우고, 혹시 모르니 열어둔 채로 두라거나 나중에 도로 열고 싶어지면 어쩔 것이냐고 묻는 이들이 나타날 것이다. 답도 간단하다. 그때 가서 도로 열면 그만이다. 등쌀에 못 이겨 잠자코 있다 보면 당연히 해야 할 결혼을 하지 못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될 테니, 결혼하고 싶지 않으면 않은 대로, 결정하지 못하면 못한 대로 분명하게 의사를 표현하자. 마침 비혼 인구도 늘어났겠다, 비혼 의지를 전할수록 남의 문지방에 뜬금없이 발을 들이미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라 낙관해본다. - 이민경 (추천의 말-



그런데도 여성은 항상 결혼하라는 압력을 받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결함이 있든지 규격에서 벗어난 사람 취급당합니다. 결혼한 여자는 남자에게 선택을 받은 여자, 여자로서 성공한 일종의 승자로 여겨집니다. 아무리 여성이 사회에 공헌하더라도 결혼해서 어머니가 되지 않는 한, 여성으로서 '제구실'을 하는 어엿한 어른으로 대접받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일본 사회가 뛰어난 커리어를 지향하지 않는 젊은 여성이 안정될 수 있도록 인정해주거나 자신감을 심어주지 않거든요. 이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맞아요. 그때 중매결혼과 연애결혼의 비율이 바뀌었어요. 하지만 선택을 연애란 이름으로 불렀을 뿐, 거기에 애정이 따른 것인지 계산한 것인지 알 수 없어요. 거시적인 데이터로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연애결혼이라고 불린 것이 중매결혼보다 동질혼의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에요. 즉 부모가 고를 상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대를 '스스로 고른 것'이라고 믿었을 뿐이죠. 이걸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 Pierre Bourdieu가 말한 '아비투스 habitus'예요. 아비투스의 공통점이 없으면 결혼 상대로 고르지 않아요. 애초부터 집단적으로 선별하니까, 그다음에는 집단에서 누구를 골라도 별다른 차이가 없는 짝짓기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미국에서 베이비시터의 일인자라는 사람이 쓴 책을 읽어보니,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내가 먼저 할 일이 '아이를 옆에 두고 남편과 대화하기'라고 나오더군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새로운 부부 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눈 깜짝할 새에 아이 중심의 생활을 하게 되고, 서로 아이 아빠와 엄마로 대하게 되어 둘의 관계가 얄팍해진다고 합니다. 



도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아카가와 마나부는 《아이가 줄어들어 뭐가 나쁜가!》에서 저출산에 따른 대책을 세워서 아이도 낳고 남녀평등도 이루자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남녀평등은 그 자체로 이뤄야지 저출산 타개책으로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며, 출산율이 떨어져 아이가 줄면 줄어드는 대로 사회제도 설계를 정비해야지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할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혼은 결혼해야 할 수 있지만, 비혼은 결혼 전에 '결혼 안 해'라는 것이니까요. 인구학적으로 보면 일본에서 비혼율이 상승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 이혼율이 상승한 것과 기능적으로 같은 논리로 작동한다고 할 수 있어요.



남자들의 아킬레스건은 남자다움을 증명하려면 여자한테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여자한테 의존한다는 사실에 분노하기 때문에 여성 혐오가 생기죠. 여자가 의존하게 해주지 않으면, 여성 혐오가 더 깊어지겠지요.



사회에 나오면 거꾸로 '여자인 주제에'라는 식으로 여자로서 취급받는 것이 낙인입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거나 많은 연봉을 받으면 연애결혼 시장에서 오히려 약자가 되기도 하고요. 사적인 관계에서 여자로 보이지 않는 일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사카이 준코 씨가 지적했듯이 낙인찍힙니다. 이중억압이 일어나는 거죠.



인기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인기가 없는 사람이 살아가도록 사회가 허용하지 않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연애하고 결혼하는 풍속이 뿌리 깊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이성과 연애도 결혼도 못 했다. 그래서 뭐가 잘못됐냐" "대체 뭐가 문제냐"고 받아치며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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