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주목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혁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만큼 정말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또 지금까지의 변화보다 더한 변화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래도 이러한 변화의 시작에는 인터넷과 네트워크가 있었을 것이고, 스마트폰 등의 보급이 변화를 가속화하는데 많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예전에 『서드 스크린』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기였고, 이로 인해 정보수집이 광범위화되고 디테일화되면서 마케팅 등에도 새로운 전략등이 등장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났나? 그러한 사회가 이미 진행이 되어 어느정도 현황을 제시해줄 수 있을 정도로 변화된 상황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플랫폼 레볼루션'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플랫폼의 개념은 기본적으로 간단하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여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서로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게 하자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이는 인류가 수천 년간 실행해 온 개념이기도 하다.
플랫폼의 세계에서 인터넷은 더 이상 유통 채널(파이프라인)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이제 창조 인프라이자 조정 매커니즘으로 움직인다. 플랫폼은 이렇게 새로운 인터넷의 역량을 이용하여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다.
사실 책에서 등장하는 내용들은 완전히 생소한 내용들이 아니었다. 어찌보면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기업 혹은 어플들의 이름들이 다수 등장하고, 이러한 익숙한 기업들로 대표되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어떻게 등장하고 또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들,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등, 플랫폼 시장에 대해 굉장히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관심도 많은 분야이고, 또 이전에 스티브잡스의 전기(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라든지 마윈의 전기(류스잉, 펑정 『마윈』) 등을 통해서, 애플이나 그 주변 IT기업들의 상황, 그리고 알리바바와 같은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된 기업들의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읽곤 했었다. 그에 비해 이 책은 굉장히 종합적인 책이다. 이러한 기업들이나 플랫폼들이 가지고 있는 꽤나 복합적인 구조들과 관계에 대해서 굉장히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 자체가 이전의 파이프라인 기업이라고 표현하는 전통적인 기업들의 형태와 어떠한 점들이 다른지를 비교해주기도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례들만 보아도 어느정도 내가 이용하고 있는 플랫폼이거나, 혹은 이미 너무 익숙할 정도로 많이 들어본 이름들이 많다. 하지만 그러하다는 것은, 이미 이러한 플랫폼이라는 것은 나라와 지역 등 어느 물리적인 범위에 국한되어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심지어 이러한 상황들은 고정적이지 않고 계속 요동치며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아마도 플랫폼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한 유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빠른 적응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 이용자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이미 일방적인 방향성을 가진 기업구조로는 생존할 수 없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추구하는 '가치'가 된다. 이것이 상호적으로 매칭되었을 때에 그 플랫폼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굉장히 많은 밑줄을 치면서 읽게 되었는데, 이건 뭐 내가 사업을 할 것도 아니고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 것도 아니지만, 분명한건 이 책에서 언급되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내 생활과 꽤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읽어도 충분한 이해가 되었고, 또 심지어 직장인이거나 어떠한 조직에 속해있는 경우, 더 나아가 사업을 하거나 스타트업 등으로 하나 이상의 플랫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경우라면 꽤나 도움이 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플랫폼을 이해하는데 있어선 매우 훌륭한 개론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플랫폼은 외부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에 기반을 둔 비지니스이다. 플랫폼은 이러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참여를 독려하는 개방적인 인프라를 제공하고 그에 맞는 거버넌스를 구축한다.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용자들까리 꼭 맞는 상대를 만나서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사회적 통화를 서로 교환할 수 있게 해 주어 모든 참여자가 가치를 창출하게 하는 데 있다.
"세계 최대의 택시 회사 우버는 한 대의 자동차도 보유하지 않고, 세계 최대의 미디어 회사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으며, 최대의 기업 가치를 지닌 소매 기업 알리바바는 재고가 없다. 또 세계 최대 숙박업체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성공적인 플랫폼은 모두 콘텐츠나 사람들 간의 관계를 필요에 맞게 매칭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성공적인 플랫폼이 되려면 성장의 어떤 지점에서는 반드시 효과적인 큐레이션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살펴봤듯이 산업화 시대에 거대 기업은 규모의 공급 경제에 의존했다. 반대로 인터넷 시대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규모의 수요 경제에 의존한다. 에어비앤비, 우버, 드롭박스, 스레드리스, 업워크,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은 이들이 차용한 자본, 이들이 운용하는 기계, 이들이 관리하는 인적 자원이라는 비용 구조 때문에 가치 있는 게 아니다. 이들의 가치는 이들의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나온다.
이렇게 가치 단위에 집중하는 일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누가 가치 단위를 만들 수 있는지, 어떻게 가치 단위를 만들어서 플랫폼에 통합할 것인지, 중요한 가치 단위와 중요성이 떨어지는 가치 단위를 가르는 점이 무엇인지 정하는 것은 모두 중요한 문제다.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와 같은 탈중개화가 다른 산업도 휩쓸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
현실은 예상과 다소 다르게 전개되었다. 상당수의 산업에서 플랫폼은 계속해서 시장을 재중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시장 참여자 가운데 특정 층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유형의 중개인을 끌어들였다.
게다가 플랫폼 거버넌스 규칙은 외부효과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외부효과는 네트워크 시장에 만연한 현상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네트워크 효과를 다룰 때 살펴봤듯이 사용자들이 창출하는 이익의 파급 효과가 미치는 곳에서 플랫폼의 가치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면 기업의 거버넌스를 주주 가치라는 좁은 시야의 관점이 아닌 이해관계자 가치라는 넓은 시야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플랫폼 비지니스는 어느 정도 정해진 크기의 파이를 재분할하기보다는 파이의 크기를 키우거나(예를 들어 아마존은 전통적인 출판 산업 내에 자가 출판과 주문형 출판과 같은 획기적인 모델을 내놓았다) 새로운 시장과 공급원을 이용하는 등 또 다른 파이를 만든다(에어비앤비와 우버는 전통적인 호텔과 택시 산업과 나란히 비지니스를 운영한다). 적극적인 네트워크 효과 관리는 시장을 고정시키지 않고 시장의 지형을 바꿔 버린다.
회사 내부의 가치를 보호하다가 회사 외부의 가치를 보호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말은 이제 소유가 아니라 기회가 더 중요해졌으며 가치를 보호하는 주된 수단이 독재가 아니라 설득임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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