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Books/Book Review

하지은 『얼음나무 숲』

| Mashimaro | 2017. 9. 16. 03:55






이런 책이야 말로, 멋모르고 손에 쥐었다가 밤새도록 다 읽어버린 케이스에 속하는 것 같다. 사실 추리소설이나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추리소설은 무서워서이고, 판타지는 세계관이 엄청 복잡하고 절묘해서 어떻게 이런 설정을 생각해냈을까? 싶은 책이 아니라면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뿐, 추리 혹은 판타지가 가미된 장르라는건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일단, 최근에 '꿀벌과 천둥'을 읽게 되면서 음악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점도 있고, 또 나름 클래식에도 관심이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렇게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끊기 어려운 스토리였다. 


설정 자체가 17세기로 되어있고, 무슨 예언도 등장하고, 어찌보면 말도안되는 판타지도 등장하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부분이나 심리적인 부분에서는 끄덕여지는 부분들도 꽤 있어서 나름 거부감없이 술술 읽혔던 것 같다. 오히려 추리소설 한가닥으로만 잡고, 판타지적인 요소를 제거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완전 장르는 바뀔 수도 있겠지만, 워낙 소재가 좋아서 그러한 설정이라도 분명 재미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에단의 사람들이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는 장면에는 소설 '향수'의 마지막 부분이 생각나기도 했다. 


어쨌든 이 소설이 추리소설의 옷을 입고있든, 판타지소설의 옷을 입고있든, 분명한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꿀벌과 천둥'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콩쿨, 혹은 천재들을 만날 수 있다. 오히려 음악천재들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꿀벌과 천둥'보다 더 자세하게 다룬 느낌도 든다. 작가가 아마데우스에서 영감을 받아서 집필하게 되었다는 설명을 본 적이 있는데, 다 읽고나니 그 이야기가 이해가 됐다. 하지만, 아마데우스와 결말은 다른 것 같다. 어쩌면 작가가 나처럼 새드앤딩을 싫어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결말이 엄청난 반전이 있다거나, 엄청난 충격을 주는 그러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 무난함이 오히려 참 잘읽었다..라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 추리,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새벽까지 논스톱으로 읽을 정도의 작품이라면, 재미있는것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휴베리츠는 내가 그를 만난 이후 처음 보는 따스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앞으로 기록될 모든 역사서와 음악사에서 당신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뭐가 될까요. 아마 당신은 명名피아니스트라는 단어보다는 아나토제 바옐의 절친한 친구이자 연주 동료라고 남길 바라시는 것 같군요."


순간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나는 얼굴이 갑자기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휴베리츠 알렌은 피식 웃고는 내게 인사하고 사라졌다. 나는 그가 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정말로 원한 것은, 그런 것이었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나는 답을 얻었다.


아마 바옐의 이름 앞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을 것이다. 영원하며 유일한 드 모토베르토, 아나토제 바옐. 그리고 나는 내 이름 앞에 이런 수식어가 붙길 바란다.

그의 하나뿐인 청중이었던, 고요 드 모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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