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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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s Record/Reading Life

소설 『마션』의 첫문장을 대체 어떻게 번역했을까?

| Mashimaro | 2017. 6. 23. 13:03


사실 요즘 일본어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뭐, 대단한 블로그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 블로그에 주로 올리고 있는 책 리뷰를 일본어로 옮겨 적어보고 있다. 사실 일본어로 말하기를 하는 것과 일본어로 글쓰기를 하는 것은 좀 다르다. 말을 어느정도 자유롭게 하더라도, 글쓰기라는 것은 쉽지가 않다. 물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논문이나 공식적인 문서를 작성하는 것과는 또 다르지만, 어쩌면 블로그 글쓰기와 같은 자유성이 포함되어 있는 글쓰기이기에 또 다른 연습이 되기도 해서.. 그래서 조금씩 글을 옮겨보고 있는 중이다. 구글 블로거에다가 블로그를 간단하게 만들어서 올리고 있는데, 블로거의 경우는 글 올리는 시간을 과거로도 지정할 수가 있어서, 내가 실제로 책을 읽고 올린 날짜에 맞추어서 업로드 하고 있다. 


근데, 내가 주로 올리는게 책 리뷰이다 보니, 아무래도 모든 책을 다 올릴 수는 없고, 나름 일본에서도 발간된 책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름의 검색질을 통해, 일본에서 발간된 책을 중심으로 해서 업로드 중이다. 물론 책 표지라든지 읽은 감상은, 내가 한국어 책으로 읽었기 때문에 내가 읽은 책의 표지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꽤 재미있는 점들을 발견하고 있다. 예를들어 엊그제 올린 『마션』의 리뷰를 쓰려고 보니, 첫문장부터 등장하는 강렬한 대사 '아무래도 좆됐다'라는 이 말을 일본어판에서는 어떻게 썼을까 무지하게 궁금해졌다. 



     

일본어판 마션 『火星の人』  [link _ 일본어리뷰]



영어 판인 『The Martian』에는 'I'm pretty much fucked.'라는 표현으로 시작되는 그 문장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어 번역이 참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근데, 과연 욕지거리도 다양하지 않은 이 일본어로 이 부분을 대체 어떻게 번역했을까 싶어서, 일본어판 전자책의 체험판을 열어서 첫문장을 확인 해 보았다. (다행이 첫문장이라서 체험판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ㅎ) 그랬더니 일본어 판으로는 'ボロボロの最悪'로 되어있었다. '엉망진창으로 최악'이라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슬랭도 아니고 욕도 아니다. 거친 말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전혀 없다. 이후 몇 문장 뒤에 다시 반복해서 등장하는 '좆됐다(fucked)'의 부분도 결국 '最悪'로 번역되어 있다. 음.. 이게 최선이었을까? 아마 그랬을거다. 마션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부분은 정제되지 않은 감정 그대로 전달되는 마크 와트니의 입담이 한몫하는데 말이다. 새삼 번역이 참 어려운 것이라고 또 느낀다. 



     

영어판 원작 『The Martian』과 한국어판 『마션』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옮길 때에는 주인공의 이름때문에 꽤 검색질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꾸뻬씨가 당연하게 편한데, 일본어 판에는 헥토르씨라고 쓰고 있다. 원문을 찾아보니 부제가 헥토르씨로 표현이 되어있더라. 일본어 제목은 『幸福はどこにある(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이었기 때문에, 부제가 안달려있었으면 이 책이 그책인지 아마 못찾겠다 싶었다. 아무튼 이러한 문제들이 있다보니, 간단하게 일본어로만 옮겨적으면 되겠다 싶어서 아무생각없이 시작했던 블로그가, 업로드 하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되어버렸다. 뭐, 하지만 나름 이러한 발견들도 재미있는 것 같다. 좀 익숙해지면 사용하는 표현들이나 정보들도 축적이 되겠지..ㅎ 언젠가는 아예 책을 읽을때, 번역판과 원작을 함께 읽으면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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