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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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히가시노 게이고 『외사랑』

| Mashimaro | 2022. 12. 7. 08:19

 




독태기가 되거나, 쉬는 느낌으로 조금은 쉬운 책을 읽고 싶을 때 집어드는 책들이 있다. 대부분은 에세이나 소설이 많은데 그 중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도 꽤 있다. 예전에는 추리소설이나 SF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접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SF의 매력에도 푹 빠져 있는데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이젠 별 저항감이 없어진 것 같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용의자 X의 헌신》은 생각보다 그리 열광하진 않았고, 의외로 《공허한 십자가》같은 작품은 예상 외로 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와 같은 풍자성이 짙은 작품들도 좋아한다.

어쨌든 이번 작품은 사실 작품설명을 보고 약간 구미가 당겨서 읽기 시작했다. 일단 제목이 《외사랑》이고 ‘사랑’이라는 소재가 베이스로 깔려있긴 하지만 그것이 또 여타 연애소설같이 러브러브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좋긴 했다. 결국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젠더문제와 성에 대한 생각들과 더불어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던 것 같다. 또 나름 작가가 자료조사도 꽤 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이 소설이 쓰여진 시기가 이미 2001년이란걸 생각해보면 나름 꽤 빨랐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내가 《공허한 십자가》에서 느꼈던 딥한 감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생각해볼 이야기이기도 하고, 잘 끌어내면 많은 이야기들이 가능할 것 같은 소재인데, 뭔가 수습은 잘 안된 느낌이다. 소설자체의 전개는 역시나 이야기꾼 답게 흥미롭게 계속 끌어주는 힘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서 작가가 풀어내고싶어 했던 진짜 주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못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일본 만의 특수한 분위기도 한 몫 했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어쨌든 2001년의 시점에서 이러한 주제를 끌어내어 작품화 했다는 것은 역시 공장장다운 면모가 아닌가 싶다.  



“쉽게 얘기하지. 당신들만 봐도 인기도 없는 당구를 취재하러 올 마음이 생긴 것은 여자가 이길지도 몰라서잖아. 그게 더 재미있겠다 싶어서.”
부정할 수 없었다. 데쓰로는 여성 편집자와 마주 봤다.
“이기면 재미있겠다고 생각되는 한, 선수로서는 아직 먼 거지. 시기, 질투를 일으켜야지. 키타노우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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