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었다. 학부시절 여성학 관련 세미나도 하고, 공부도 하고 했던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접한 책인 것 같다.
저자가 강남역 살인사건이 책을 쓰게 된 계기라고 했는데.. 난 그 사건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책의 처음부터 이미 타협이나 평화(?)는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이는 어려움을 겪거나 평등하지 않은 상황을 겪고있는 여성들을 위한 응급처방전을 자처하고 있고, 또 그만큼 아주 심풀하게 이야기를 전개해준다.
읽으면서 처음엔 분노하고있는 저자와의 어느정도 온도차가 느껴져서 공감하는 부분도 이렇게까지...?라는 부분도 있었다. 아마도 요즘 내가 관련법률이 엄격한 일본에 살고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주변의 남성들이 오히려 더 조심하고 배려해주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가운데 후배가 성추행을 당한 이야기를 전해들으면서, 다시한번 집중해서 책을 읽게되는 계기가 되었고, 정말 오랜만에 페미니즘이라는 것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다.
물론, 노력하는 남성들에게 더욱이 박수를 쳐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성들 역시 선천적으로 학습되어 온 문화라는 것이 있으니까, 어쩌면 모르는게 당연할 수도 있다. 거기에서 귀를 막고 내가 살아온 인생이 절대적으로 맞아..라고 하는 남성이라면 싸워가야하겠지만... 알고자하고 노력하고자 하는 남성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것. 입장이 바뀌었다면, 여성들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르니까..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을 깨부수는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주변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주는 남성들이 있다는 것이 새삼 참 고맙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전히 여성들은 약자라는 사실도 뼈져리게 느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절대적으로 여성은 약자구나...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도,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으로 경험한 실제적 사건으로서 다시한번 절감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저자의 말이는 100% 공감하며, 침묵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대화를 거절할 수 있는 자유도 좀 더 당당히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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