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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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2』

| Mashimaro | 2019. 3. 26. 14:30






돈키호테 2권을 드디어 다 읽었다. 세상에 이 바쁜 2월에 완독한 책이 딱 두권인데, 그 중 한권이 《대망 14권》이고, 또 한권이 《돈키호테 2권》이라니. 어쩜 이렇게 질리도록 긴 책 두권이 되었을까. ㅎㅎ 그러구보니 돈키호테 1권은 펭귄클래식 버전(《라만차의 비범한 이달고 돈키호테》)으로 읽었고, 2권은 열린책들 버전으로 읽게 되었다. 근데 1권을 읽으면서 너무 방심을 했던걸까? 2권이 이렇게나 분량이 많은지 몰랐다. 아마 함께읽기로 읽은 책이 아니었으면 정말 완독은 꿈도 못꾸었을 것 같다. 


사실 1권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작품 《돈키호테》이고, 2권의 경우는 속편이다. 그래서인지, 에피소드들이 장황하다. 또 이야기 안에서 원작 《돈키호테》가 자주 등장한다. 뭐 사실 읽으면서 느꼈지만, 세르반테스는 자기자신을 디스하기도 하고, 자기 작품 자체를 희화화 하는 작업을 자주 하는 듯하다. 가끔보면 약간 천재스럽기도 하고.. 아무튼 세르반테스가 이런 작가였구나.. 라는 것은 정말 확실하게 느꼈던 것 같다. 


2권을 읽으면서 어찌보면 약간 질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 곳은 아마도 공작부부에 대한 에피소드일 것이다. 내용이 얼마나 긴지, 아마도 거의 절반정도는 차지하는 분량이 아닐까? 어쨌든 덕분에 산초가 통치자역할도 해보고, 또 그 덕분에 산초가 얼마나 멋진 통치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인지도 확인했다. 물론 본인은 결국 거절하지만. ㅎㅎ 그리고 돈키호테 또한 중간중간 너무 옳은 말을 많이 한다. 완전 멋진말을 하거나, 아니면 미치거나.. 하는 복불복의 인간상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결말부분에 돈키호테가 너무 심하게 정상으로 돌아와서 너무 충격이었다. 이정도로 극적일 수 있다니... 


아무튼, 돈키호테를 본편과 속편까지 다 읽은 후의 감상으로는, 내 스케일로는 이 작가의 생각을 다 담을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엉뚱한 에피소드들이 넘쳐나지만, 그 안에서 작가가 비판하고자 했던 것, 그리고 풍자하고자 했던 것들을, 내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다 담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렇게 긴 책을 다 읽어낼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왜인지 알아요, 여보?」 테레사가 대꾸했다. 「속담에 <너를 덮어 주는 자 너를 들추어낸다>라는 말이 있어요. 가난한 사람을 볼 때는 누구나 슬쩍 눈으로 훑으며 지나치지만 부자를 볼 때는 시선을 멈추지요. 그런데 그런 부자가 한때 가난했다면 사람들은 험담과 욕을 해댈 것이며, 더 나쁜 건 그 후로도 계속해서 입방아를 찧어 댈 거라는 사실이에요. 그런 인간들이 이 길바닥에는 벌 떼처럼 많아요.」


만일 그때 학사를 학사가 아니라고 본 돈키호테의 터무니없는 생각만 없었더라면, 이 학사 양반이 석사로 졸업하기란 영원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새가 있으리라고 생각한 곳에서 둥지도 찾지 못했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삼손 카라스코 나리, 우리의 이 결과는 당연한 거예요. 쉽게 생각하고 일을 저질렀으니 말예요. 일이라는 게 그렇게 수월하게 해결되는 게 아니거든요. 돈키호테는 미쳤고 우리는 제정신인데, 그는 멀쩡하게 웃으면서 가고 나리는 뼈가 갈려 슬퍼하고 있네요. 그러니 이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어쩔 수 없이 미친 사람과 자기가 좋아서 미친 사람 중에 누가 더 미친 사람인지 말입니다.」 이 말에 삼손이 대답했다. 「그 두 미치광이의 차이는, 어쩔 수 없이 미쳐 버린 사람은 언제까지나 미치광이일 것이고, 좋아서 미치광이가 된 사람은 자기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 그 미치광이를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이겠죠.」


이 말에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자식이라는 것은 나리, 부모 내장의 토막들이라서 착한 아이든 나쁜 아이든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영혼을 사랑하듯 사랑해야 하지요. 부모들은 그들이 어릴 때부터 덕과 교양과 올바른 기독교적 관습의 길로 나아가게 해야 합니다. 컸을 때 그들 부모 노후의 지팡이이자 후세의 영광이 되도록 하려면 말이지요. 그런데 자식들에게 이 학문을 하라는 둥 저 학문을 하라는 둥 강요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그들을 설득하는 게 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빵을 벌기 위해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면, 하늘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부모님을 주신 것이니 학생은 상당히 운이 좋은 게지요. 그럴 경우에는 아이 마음이 가장 기우는 그런 학문을 하도록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비록 시학은 실용적이라기보다는 즐기는 학문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하는 사람을 불명예스럽게 하는 그런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나리께서는요 나리, 기사도에 대한 일이나 판단하시지요.」 산초가 대답했다. 「남이 겁쟁이라느니 용감하다느니 그런 걸 판단하는 일에는 참견하지 마시고요. 모두가 이웃의 자식이듯이 저는 하느님의 자식으로 하느님을 참으로 경외하니까 말씀입니다요. 그러니 나리께서는 제가 이 찌끼나 재빨리 먹어 치울 수 있게 내버려 두세요. 그 밖의 말들은 모두 이롭지 않은 소리로 어차피 저세상에 가면 우리한테 변명을 요구할 것들이니까요.」


「난 싫어. 그보다 나로 인해 자네가 발각될 일은 없을 테니 그것으로 만족하게. 그리고 자네 여행이나 계속 무사히 잘하기를 바라네. 나는 내 길이나 가게 내버려 두고 말이야. 옳은 일로 번 것을 잃는 일도 있긴 하지만, 나쁘게 번 것은 번 것뿐만 아니라 그 당사자마저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거든.」


저는 누구에게도 돈을 빌리지 않았고, 돈벌이가 되는 일에 끼어들지도 않았습니다요. 비록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규칙들을 만들 생각은 해봤습니다만, 지켜지지 않을까 봐 하나도 안 만들었습니다요. 지키지 않을 것이라면 규칙을 만들거나 안 만들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이 말을 듣자 산초가 말했다. 「나리, 번영할 때 즐거워할 줄 알듯 불운 중에는 고통을 감내할 줄도 아는 것이 용감한 가슴에 어울리는 일입니다요. 이건 제 경험으로 판단한 건데요, 제가 통치자였을 때 즐거웠다고 해서 지금 이렇게 걸어가고 있는 종자인 것이 슬프지 않거든요. 그 이유는요, 세상 사람들이 운명의 여신이라고 부르는 이 여자는 술주정뱅이에 변덕이 심하고, 무엇보다 눈이 멀어 있어서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보지 못하고 누구를 쓰러뜨리는지, 누구를 높이 들어 올리는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산초가 울면서 대답했다. 「나리, 돌아가시지 마세요, 제발. 제 충고 좀 들으시고 오래오래 사시라고요. 이 세상에 살면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고의 미친 짓은 생각 없이 그냥 죽어 버리는 겁니다요. 아무도, 어떤 손도 그를 죽이지 않는데 우울 때문에 죽다니요. 나리, 그렇게 게으름뱅이로 있지 마시고요, 그 침대에서 일어나셔서 우리가 약속한 대로 목동 옷을 입고 들판으로 같이 나갑시다요.


장조와 단조의 음계가 분명하고 가사의 한 음절에 한 음표가 붙은, 앞뒤의 균형이 잘 잡힌 형태의 클래식 음악을 만든 음악가, 즉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쇼팽, 멘델스존, 바그너, 리스트, 브람스 등과 같은, 앞에 <대(大)> 자가 붙는 고전파 시대의 작곡가를 스페인에서는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 반면 20세기 세계의 화단을 이끈 그림, 우리의 이성보다 직관과 느낌을 먼저 요구하는 초현실주의 미학을 살펴보면 스페인의 피카소, 달리, 미로의 것들이 그 대표로 우뚝 서 있다. (역자해설 _ 안영옥, '세상에서 가자 기발하고 위대한 기사의 모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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