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8월 중순의 끝. 학회때문에 잠시 한국에 들렀던 나는, 목-금동안에 학회발표를 포함하여 열심히 공부를 끝내고 주말을 맞았다. 수요일에 한국에 들어가자 마자, 집이 아닌 시청근처 호텔로 직행한 나는, 그래도 집에서 하루라도 묵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말에 집으로 가기로 한다. 사실 주말은 지방 답사가 잡혀있었는데, 같이 갔던 지도교수님을 혼자 답사지로 보내드리고, 나는 주말동안 집에 가기로 했던 것이었다. 일본으로 돌아오는 것은 월요일 오전 비행기였는데, 일요일밤에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숙박을 한 뒤, 다음날 아침 일찍 선생님과 공항으로 떠나기로 한 터라, 캐리어에 짐은 호텔에 맡겨두고 배낭만 하나 짊어지고 집으로 출발했다.
집으로 이동하려는데, 뭔가 허전한.. 책은 좋아하는 나로서는, 내가 일본으로 떠난 이후에 생긴 알라딘 중고서점에 한번 들러보고 싶었다. 그래서 검색을 해본 결과,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이 종로점이었다. 그럼 거기 들렀다가 종로3가에서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로 이동해서 버스로 집에 가면 되겠다 싶었다. 한국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에 구글맵을 켠 채로 열심히 걸어갔더니 드디어 눈 앞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보였다. ^^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 서점에 책을 사러 온 것은 아니었다. 물론 중고책들이 어떻게 나와있는지 보고싶은 것도 있었고, 또 해외에 있다보니 계속 전자책만 보아왔던지라 내가 보던 책들이 종이책으로 어떻게 나와있는지도 보고싶었다. 물론 전공과 관련된 분야의 중고책들을 찾아볼 요량도 있었다. 실제로 재미있는 책들이나 학부시절 추억이 떠오르는 책들도 꽤 발견했다. 단, 유학생활중인 나에게 종이책은 공간적으로나 금액적으로나 사치에 가까웠기 때문에, 그저 즐기기만 했던 것 같다. 사실 내 진짜 목적은 전자책 리더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위에서 내가 나열한 이유들이었다면, 굳이 중고책방이 아니라 교보문고 같은 서점에 들러도 어느정도 해결되는 것이었으니깐. 책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에, 크레마 사운드와 크레마 카르타 플러스 앞에서 한참을 만지작 거렸다.
사실 난 e북 리더기를 이미 3대나 가지고 있다. 킨들 페이퍼화이트3, 코보 오라원, 오닉스 Boox c67ml carta 이렇게 세가지이다. 킨들과 오라원은 일본어나 영어 원서용이고, 한국어 책을 주로 보는 메인기기는 오닉스 c67ml carta이다. 근데, 사실 이 오닉스 기종은 크레마 사운드의 모체가 되는 기기다. c67ml carta를 개조해서 만든것이 크레마 사운드이고, 디자인이나 기능 해상도까지 212ppi로 같다. 즉, 거의 같은기계다.사실 어찌보면, 크레마 사운드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교보ebook이나 교보도서관 어플에서 볼륨키로 설정해서 물리키를 사용할 수 있는 점을 생각하면, 사운드보다 좀 더 확장성이 있는 기계라고도 할 수 있다. 단지, 흰색 덕후인 나는 사운드의 그 하얀디자인이 좋았고, 예쁜 디자인의 플립커버가 늘 부러웠다. 아무 불편함 없이 사용하고 있는 c67ml이 유일하게 맘에 안들때가 디자인과 너덜너덜해지는 커버를 볼 때였다. 그래서 늘 사운드를 사고 싶었으나, 뭔가 사치인 것 같아서 계속 꾹꾹 눌러왔던 것이다. 그러다 카르타 플러스가 나왔고, 이녀석은 300ppi에 블루투스 리모콘까지 달고 나왔다. 단 가격이 너무 올랐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기기들도 오닉스 이외에는 모두 해상도가 300ppi이기 때문에, 사실 카르타 플러스가 땡기긴 했으나, 리모콘을 제외하더라도 사운드와 가격이 7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기에, 그냥 사운드를 구매해야지 싶었다. 그러나 사운드는 이미 재고가 없었고, 어딜가도 바로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없다했다. 기다려서 받으려면 내가 비행기 탄 이후가 되어버리더라는... 그래서 결국 카르타 플러스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매장 점원 언니가 워낙 열심히 설명을 해주는 바람에 결국 리모콘까지 구입해버렸다. 물론 리모콘을 구입하고 나서 오늘까지 사용해본 결과, 대만족이다. ㅎㅎ
급한 마음에,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일본에서 혼자 생활할때는 지름 이후에 개봉하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막상 집에 가져가려니 엄마가 또 뭐 질렀어? 할까 싶어 두려웠다. ㅋㅋ 결국엔 다들 꿈나라로 간 시간에 혼자 몰래 세팅해서 들고왔다는...^^;; 아무튼, 물건은 거의 양품을 받은 것 같다. 생각보다 정품케이스의 퀄리티에 실망을 좀 하긴 했지만, 어쨌든 난 리더기를 노상 들고다니기 때문에 파우치보다는 플립케이스가 편하다. 확실히 사운드보다 무겁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기기들 중에 가장 아담한 사이즈이다. 물론 화면은 확실한 6인치이고, 해상도도 높기에 만족하고 있다. 근데, 플랫패널이라 그런지 확실히 사운드보다는 바로 종이에 인쇄되어있는 느낌은 좀 덜하다. 뭔가 한꺼풀 끼어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일본에 돌아와서 32기가 microSD카드도 끼우고 열린서재에 필요한 어플들 설치해서 사용해보니, 점점 오닉스 c67ml의 설자리가 사라진다. 그렇다. 난 확실히 한곳에 몰아서 사용하는걸 좋아한다. ㅠㅠ 좀 더 사용해보고 오닉스 기기를 어떻게 처분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확실히 카르타 플러스에서도 교보ebook이나 교보도서관 어플에서 볼륨키로 설정해도 물리키(카르타 플러스의 경우 햅틱)를 사용할 수는 없는듯하다. 이부분은 터치를 해야해서 좀 맘에 안드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보 관련 어플들을 오닉스에서 사용하지 않고 카르타 플러스에서 사용하게 된 이유가 있다. 오닉스 기기에서 교보관련 앱을 설정할 경우, 물리키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는데, 단 한가지,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리프레시가 일어난다. 루팅을 하지 않은 순정기기를 사용했던 나로서는 이 부분은 어떻게 손을 대지 못했다. 물론 매 페이지마다 리프레시를 해주는 덕에 깔끔한 화면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원래도 느린 교보관련 어플이 리프레시까지 함께하니, 속도가 느린건 사실이다. 뭐 그것도 굉장히 익숙해져서 별 불편없이는 사용했는데, 카르타 플러스에서는 매 페이지 리프레시가 발생하지 않는다. 덕분에 체감상으로도 굉장히 빨리 페이지가 넘어가는 느낌이다. 실제로, 블랙베리에서 교보도서관 어플을 이용하는 것보다 반응이 훨씬 빠르다. 그것이 완전히 카르타 플러스로 넘어가게 된 이유다.
오닉스 기기를 메인으로 사용하다가 잊고있었던 슬립화면의 존재. 오랜만에 전자책 카페에서 다양한 슬립화면을 다운받아서 설정해봤다. 그러다가 뭔가 내것이라는 느낌을 좀 갖고 싶어서, 이전에 카페에서 스티커장인님께서 만들어 주셨던 이미지 중 하나를 설정해봤다. 빨리 학위 따자는 염원을 담아서 말이다. ㅎ (참고로 내 카페 닉네임이 '마시마로'이다.) 한동안은 크레마 카르타 플러스를 옆에 끼고 독서생활을 하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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