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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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야마오카 소하치 『대망 9』

| Mashimaro | 2017. 6. 20. 19:45






이번 권은 상당히 오랜시간동안 정체해 있었던 것 같다. 속도가 더디게 나갔다기보다, 거의 덮어놓고 들춰보지를 못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TTS의 힘을 빌려가며 9권을 끝냈다. 사실 9권은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에 실질적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쪽으로 확실하게 판세가 기울게 되는 세키가하라 전투가 등장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근데, 사실 책 내용 중에 가장 진도가 안나갔던 부분도 이 부분이었던 듯 하다. 뭐, 워낙 유명한 전쟁이기도 하지만, 결국에 전쟁에 판세를 가른 것은 코바야카와 히데아키의 배신이었고, 또 중요한 인물들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나 에케이는 생각보다 비중이 적고 좀 허무하게 죽은 느낌도 있다. 그나마 중요한 인물인 이시다 미쓰나리의 내적 갈등이나 감정적인 변화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이에야스가 에도를 중심으로 막부를 건설해가면서 다음세대를 위해 준비하는 세팅이나 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려졌다. 그 과정에서 유난히 밉상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이 히데요리의 생모인 자차히메의 모습이었고, 히데요리와의 엇갈린 감정싸움에서 결국 애꿎은 오미쓰가 희생양이 되었다. 그 덕분에 부상한 캐릭터가 자야 시로지로인데, 9권 말미쯤에서 완전 호감캐릭터로 각인되었다. 마지막 챕터에서 또다르게 부상한 오쿠보 나가야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서도 진가가 나타나지만, 사실 그 전 챕터에서 오미쓰와의 관계에서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에 솔직히 반했다. 이건 완전 역사적 사실이나 영웅적인 캐릭터와는 관계없이, 그냥 완전 로맨스물에서 등장해도 멋있을 법한 캐릭터였다는. 


아무튼, 9권의 중후반을 읽다보면, 이제 전국시대가 끝나가고 완전히 다른 시대가 다가온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에야스는 후계자를 준비함과 동시에 정치적인 문제를 세팅하고, 또 무역이나 여러 정보들을 통해서 경제적인 부분을 준비한다. 사실 난 이 '대망'을 읽으면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함께 읽고 있는데, 실록의 경우는 이제 마지막권인 20권만 남겨놓고 있다. 그러다보니, 조선이 붕당정치와 세도정치의 시기를 지나 여러 열강들과 국제정세에 발맞추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고있는 장면을 보고 있다. 19권에서 살짝 일본의 상황도 등장하지만, 막부시대가 끝나면서 메이지시대로 넘어가는 과정들이 살짝 나오는데, 그것이 확실이 이미 이 막부기부터 이루어진 다른 베이스에서 이루어진 상황이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조선이라는 나라가 나름 훌륭한 시스템으로 운영되어가던 나라임에 분명하지만, 중국만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세상을 읽어내는 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일치감치 다른 세계로 눈을 돌린 일본의 모습에서 어쩌면 현재에 이르는 아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문득 든다. 이젠 전국시대와는 완전히 달라진 이 상황에서 에도시대가 어떻게 진행될는지, 10권은 좀더 스무스하게 읽힐 것 같다. 





일단 평화스러운 세상이 되고 보니 인간은 저마다 다른 꽃씨를 갖고 있었다. 마치 싸움터에서 창을 잘 쓰는 자, 말을 잘 달리는 자, 칼솜씨, 총 솜씨 등 저마다 특기를 지닌 것과 마찬가지였다.


노부나가는 인재 발굴의 명인이었다. 히데요시는 사람부리는 재주가 뛰어났으며, 이에야스는 앞선 두 사람의 장점을 취하여 인물 식별과 사람 속에 숨겨진 장점과 미점을 찾아내어 활용하는 타고난 지도자의 그릇이다. 그러므로 저마다 훌륭한 가신을 가졌고 대국을 그르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는 하나의 시대를 창조해 낼 수 없다. 또 하나의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크게 그들의 사업을 도와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 '무언가'를 빠뜨리기 쉬웠다. 말할 나위도 없이 그것은 어리석어 보이는 뭇사람들의 소원이며 대중의 뜻이 향하는 곳이다. 이 힘은 하나하나로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실은 역사를 지배하고 시대방향을 결정짓는 큰 강물이라고 소쿤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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