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Books/Book Review

강혜인, 허환주 『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 Mashimaro | 2023. 7. 21. 22:14

 

 

 

 

 

이 책을 선택해서 읽는데에는 이전에 읽었던 《배달의 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가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이 책을 읽고 상당히 충격아닌 충격을 받았고, 그 덕분에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플랫폼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다시 한번 이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두 책 모두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배달의 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가 직접 라이더의 입장에서, 그리고 그 안에서 유니온을 결성해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라면, 이 책 《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는 이 시장 전반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넓은 시각에서 볼 수 있다. 강혜인, 허환주 두 저자는 이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면서 여러가지형태로 배달업계를 경험하기도 했으며, 라이더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진가라고 한다면 이러한 플랫폼 시장의 여러 측면을 취재했다는 것이다. 라이더의 입장에서 살펴보기도 하지만, 또한 가맹하고있는 점주의 입장도 함께 취재했다. 그 뿐 아니라 이 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사회와 개인의 시각을 잘 정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관련 서적을 2권 읽은 입장에서 보면, 《배달의 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선택해서 순서를 정했던 것은 아니고,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지만.. 이 세계를 전혀 모르다가, 《배달의 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를 통해서 공감하며 혹은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고, 그러한 배경지식이 어느정도 쌓인 상태에서 이 시장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훑어볼 수 있게 되어서 좋았던 것 같다. 또한 이번 책에서는 배달 뿐 아니라 카카오택시라던지 대리운전 관련 어플, 청소업 관련 어플 등.. 플랫폼산업 전반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앞으로 4차산업시장에 어떻게 더욱 '실질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것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상과 현실을 잘 집어준 책이랄까... 거기서 더 나아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점검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는 어떠한 것인지,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주문형 노동의 요체 중 하나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노동을 하기 위해선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러나 주문형 노동에서는 그런 조건이 고려될 여지가 없다. 노동에 대한 대가는 건당 수수료로 주어지고, 일을 하기 위해 기다린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오직 콜을 수행한 시간만 계산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배달을 할 때만 노동자다.

 

기술과 자본의 장벽은 배달 플랫폼 세계에도 적용된다. 운송 수단을 소유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할 수 있는 노동의 종류가 달라진다. 앞서 우리는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로 일할 때 자동차에서 도보 방식으로 바꾸자 배달 주문 건수가 확연히 줄었다. 첫날 하루는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다. 하다못해 그 기술이 자동차 운전 같은 단순한 기술일지라도 그 기술의 유무는 수입을 결정했다.

 

이런 지표들이 말해 주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대중에게 확대된 이 노동은 기존 노동시장으로의 진입 장벽을 허문 것일까, 이미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이들의 노동력을 흡수해 질 낮은 또 다른 노동시장을 만든 것일까. 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형님들 멘탈 관리 어떻게 하십니까?” 배달 라이더들이 모여 있는 익명 카톡방에서 한 라이더가 물었다. 약 3분 뒤, 다른 한 라이더가 이렇게 답해 주었다. “멘탈 관리가 필요해요? 나 없으면 밥도 못 먹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삼.”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농담 섞인 이 한 문장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따끈한 음식을 내 집 앞까지 대령하는 배달 노동의 핵심이 잘 담겨 있다. 우리의 끼니와 야식을 책임지는 그들은 우리 시대 필수 노동자다.

 

주식회사 우아한형제들의 사옥을 뒤로하고 나오는 길에 머릿속에 남은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그래서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회사야? IT 회사야?’ 우아한형제들은 스스로를 IT 회사로 꾸미고 있었다. 김봉진 의장은 배달의민족을 “푸드 테크” 회사라고 불렀다.+ 업계 1위를 달리는 기술적이고 창의적인 회사. 그것이 우아한형제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좁고 지저분한 곳에서 지친 몸을 잠시 뉘었다 가는 땀내 나는 라이더들이 없으면 배달 플랫폼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송파구 한복판, 잘 관리된 건물의 세련됨은 그래서 더욱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한때 ‘철가방’이라 불리기도 했던 배달 노동자들은 이제 ‘라이더’라 불리고 법적 지위는 ‘사장님’이다. 적어도 이름만큼은 나아진 걸까. 앞서 만난 60대 가사 노동자 역시 플랫폼 노동자가 되면서 자유롭게 일하는 ‘사장님’이 됐다. 대리 기사님 역시 사장님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한 가지 일로는 생활이 불가능해서, 누군가는 다른 직업이 있지만 돈벌이가 되지 않아서, 누군가는 수천 만 원의 신용 대출을 갚을 길이 없어서, 또 누군가는 적은 월급을 받아 가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삶이 싫어서 플랫폼 노동자가 되었다. 내 한 몸 건사할 만한 직장 하나 갖기 힘든 사회, 단내 나는 노동을 열정과 노력으로 포장하는 사회,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한 치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플랫폼 기업은 먹고 자라고 있었다.

 

이 자료를 받고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은, 죽은 청년들이 일을 시작한 시점과 사망 재해 시점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었다. 일을 시작한 당일에 죽은 이들이 셋이나 됐고, 이틀째 죽은 이들도 마찬가지로 셋이었다. 일한 지 보름도 안 돼 죽은 노동자가 전체 26명 중 절반에 가까운 11명(42퍼센트)이었다.

 

산업재해는 대체로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발생한다. 낯선 작업 현장에서는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신입에게는 안전 교육을 비롯한 교육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절차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어느 오토바이의 브레이크가 잘 안 듣는다든지, 어느 길에서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를 조심해야 한다든지, 이런 선임의 조언조차 기대할 수 없는 게 배달일이다. 대부분은 헬멧을 쓰고 천천히 운전하라는 식의 형식적인 말만 듣고는 바로 업무에 투입된다. 영세 사업장에서 그런 교육을 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적 한계도 있다. 실제로 18~24세 사망자가 일하던 사업장 대다수는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자영업자들이 느끼기에 매출 증가를 생각하면 사실 배달앱에 주는 수수료는 중요하지 않아요. 문제는 따로 있어요. 제가 만약 치킨집을 하는데 가게를 열고 2~3년 전단지 돌리면서 홍보하고 단골을 확보한다고 해봐요. 그러고 나서 어느 정도 매출이 오르면 그다음부터는 전단지를 안 돌려요. 단골 고객이 형성됐기 때문에 홍보를 안 해도 매출이 꾸준히 나오니까요. 이게 기존의 자영업 문법이었어요. 고객을 확보하고 시장을 내 걸로 만드는 식인 거죠. 문제는 배달앱이 나오면서 이런 문법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거예요. 2000만 원 매출을 올리던 업체가 배달앱을 쓰면 2500~3000만 원 매출을 올리게 된다고 칩시다. 그런데 배달앱을 끊으면, 매출이 2000만 원으로 내리는 게 아니라 1500, 심한 경우, 800까지 떨어져요. 배달앱의 정보 독점권 때문이죠. 배달앱을 이용하는 업체 주인이 고객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어요. 배달앱에서는 정책상 업소에 개인 정보를 알려 주지 않게 돼 있어요. 자영업자는 배달앱 없이는 단골도 만들지 못하고 관리도 못 하는 거죠.

 

 

 

'공감'과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