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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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제임스 팰런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 Mashimaro | 2023. 7. 15. 13:01

 

 

 

 

이것도 어찌보면 묵혀두었던 책을 읽은 셈인데, 읽다보니 어디서 많이 접하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많이 접했던 사례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물론 나는 범죄이야기나 추리소설, 사건사고에는 큰 관심이 없다. 아니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왠만하면 접하지 않으려고 피하는게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너무나도 많은 범죄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그러면서 꽤 많은 빈도로 접했던 단어가 바로 ‘사이코패스’였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비슷한 소재를 접했던 것이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러한 글을 읽거나 이러한 내용의 영상물 등을 접하면 매우 기가 빨리고 피곤해지는 스타일인데, 요즘에 하도 많이 접하다 보니 묵혀두었던 이 책의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다. 이걸 뇌과학적으로 승화시켜서 소화시켜볼 수 있다고?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최대한 과학적으로 그리고 드라이하게 소화시켜보려고… 그러면서 읽다보니 내용이 너무 익숙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서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혹은 연구하면서 발표한 내용들이 우리 삶 혹은 미디어 속에서 꽤 많이 소개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책은 어려운 내용도 꽤 있다. 진지하게 뇌과학적으로 사이코패스의 개념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하고, 이론적인 부분들도 꽤 많아서 전문적인 지식을 제대로 다 이해하려고 한다면 꽤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저자 나름 쉽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하고 있고, 거기에 저자 자신의 감정이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함께 쫓을 수 있어서 절반은 에세이적 성격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그렇게 읽기 힘든 책은 아니다. 무엇보다 저자 자신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그리고 그것을 풀어가면서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알아가는지를 함께하다보면, 나도 함께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또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을 조금 더 이해하는 시각을 가져보게도 한다. 무엇보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만드는데 있어서 주변환경과 사람들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유아기, 아동기에 형성되는 우리의 정서와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다시 느끼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뇌의 피질은 질서정연하게 발달하고, 아기가 태어나면 복측피질과 안와피질의 큰 덩어리가 배측전전두피질보다 더 빨리 발달한다. 이는 변연계, 즉 감정의 뇌가 인지의 뇌보다 훨씬 먼저 성숙하기 시작함을 뜻한다. 나중에는 사춘기에 폭발적으로 방출되는 성스테로이드 sex steroid가 이 피질들의 연결 구도를 '고정'함으로써 변화를 어렵게 만든다. 이 때문에 10대가 되기 직전과 10대 때 전전두피질의 발달이 지체된 아이들은 처음엔 지능적으로 뒤처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늦게 꽃피는 10대들 다수는 발달이 오래도록 이루어지는 터라서 전전두엽 시냅스의 가소성 plasticity이 더 큰 이 발달 시기에 학습 능력이 많이 향상될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조현병, 양극성장애, 강박장애는 물론 인격장애의 일부에도 공통점이 있다. 모두 다 정신과적 문제들이 10대 전후반과 20대 전반에 흔히 발견된다는 점이다. 이 시기에 대학 생활, 결혼, 특히 참전처럼 젊은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는데, 이는 한참 발달 중인 전전두피질 입장에서 보면 최악의 타이밍이다. 특히 군대에서 이것은 크게 다루어져야 할 일이다. 대학 1학년생과 4학년생은 아주 다른 인간이다. 아이들을 열여덟살에 전쟁터로 보내는 것은 발도 안 된다. 그들은 아직도 전두엽 발달이 왕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군대는 심리검사를 써서 징집이 가능한지 확인하지만, 그 검사도 그들이 2년 뒤 어떻게 될지는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전쟁을 하게 되더라도 병사들이 스물둘이나 스물셋이 되기 전에 싸우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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