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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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브라이언 그린 『엔드 오브 타임』

| Mashimaro | 2022. 12. 22. 15:35

 

 

 

 

 

이 책은 정말 안읽으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읽게 된 책이다. 그리고 다 읽고 난 지금도 난 이 책을 다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겠다. 정말 모임에서 함께읽은 책이 아니라면 손에도 안대었을 책이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물리적으로나마 다 읽었다는 위안은 남았다고나 할까.. 사실 브라이언 그린은 《엘레건트 유니버스》의 저자로 알고있었고, 내가 너무나 어려워하는 초끈이론과 양자역학의 영역에서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다. 당연히 나와는 거리가 꽤 있는 영역이지만, 최근에 과학도서를 누군가 함께 읽는 시간들이 꽤 생겼고, 그러다보니 어쩌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던 것 같다. 뭐, 결론은... 물리학은 여전히 너무 어렵다..이지만. 

 

그래도 비교적 이 책은 조금 순한맛으로도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브라이언 그린이 무슨 바람이 불어선지 스타벅스에서 얼그레이를 마시다가 이런 거창한 주제에 눈독을 들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래도 이 책에서는 어느정도는 내 전공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었기에, 용기를 내어서 읽었고, 사실 초반부터 꽤 좌절했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개념이 '엔트로피'이기 때문이다. 뭐 제대로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엔트로피를 통해서 설명을 시도하는 부분은 꽤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중간부분이었으니, 개인적으로 내가 읽기에는 너무 쉬운 부분이었으나, 전체적인 책 구성에서는 약간 갸웃하게 느끼는 부분이기도 했다. 사람의 인지, 마인드, 종교, 예술에 대해서 설명하는 파트였는데, 아무래도 저자의 오리지널한 의견보다는 현재 학계에서 나오고 있는 내용들의 정리.. 정도로 느껴져서, 과연 이 부분이 이 책에서 왜 필요한 부분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이 부분의 내용은 술술 읽혔고, 개인적으로 흥미도 있었지만, 이과계열 사람들은 대부분 이 파트에서 책을 포기하곤 했단다. 함께 읽던 사람들과도 나눈 이야기이지만, 이 세챕터를 첫부분으로 빼서 미리 던져두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쉽다. 

 

어쨌든 전체적인 감상으로는 너무 감당못할 사이즈의 거대한 담론을 시도한 것이 약간 무리수로 느껴졌다는 것. 뭐 하지만 누가봐도 과학에 묻혀 살것만 같은 브라이언 그린의 인간미는 꽤 느껴졌던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 안에 《사피엔스》, 《특이점이 온다》, 《총, 균, 쇠》, 《코스모스》의 요소들이 꽤 들어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요즘 저자들과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관심사들이 보이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다시 읽을 자신은 없는걸로.

 

 

 

누군가가 나에게 물리학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똑같은 답을 제시했을 것이다. 종교와 물리학은 일상적인 경험을 넘어선 곳에서 불변의 진리를 찾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목적을 이루는 방법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두 분야는 관점과 언어가 비슷하지만 나는 모호하게 해석된 개념들 사이의 은유적 유사성만 발견했을 뿐, 직접적인 관계를 확인한 적은 없다.

 

나를 포함한 과학 작가들은 교양과학서를 집필할 때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수학적 서술을 가능한 한 자제하고 있지만, 누가 뭐라 해도 과학의 기초는 단연 수학이다. 단어를 아무리 신중하게 골라도, 결국은 방정식을 일상적인 언어로 번역한 것뿐이다. 이런 식의 설명에 기초하여 다른 분야와 접촉을 시도한다면 기껏해야 ‘시적詩的인 융합’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느낌은 나도 잘 안다. 물리학의 역사는 바깥 세계에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론과 실험으로 규명해 온 ‘발견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과학적 논리를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소소한 기쁨이다.

 

과학은 객관적 현실을 추구하지만, 우리는 오직 마음이라는 주관적 과정을 통해 현실을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말하는 ‘객관적 현실’이란 주관적인 마음의 산물인 셈이다.

 

융통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물리 법칙의 통제하에서 이런 입자 배열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랍고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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