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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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이지영 『학원 대신 시애틀, 과외 대신 프라하』

| Mashimaro | 2022. 12. 31. 09:01

 

 



 

이건 순전히 동생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고 궁금해서 읽어보게 된 책이다. 동생이 그리 책을 열심히 읽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을 읽겠다고 써 놓은 것을 보고 궁금증이 생겨서인데, 사실 이 책일 읽으려고 하는 마음은 이해가 되었다. 동생도 이제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인데다가 워낙에 부부가 여행을 좋아한다.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을 시기이고, 또 우리나라 사교육 문제에도 본격적으로 관련되어 있을 시기일 것이다. 심지어 여행을 좋아하는 부분에게 이런 제목의 책은 당연히 끌리겠지. 덕분에(?) 덩달아 나도 관심이 동해서 읽어보았다.

책의 내용 자체는 생각보다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고, 어느 엄마의 좌충우돌 해외여행기 정도라고 하면 될까? 그리고 생각보다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 특히 제목에서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은 외국어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강조되어 나오지 않는다. 나 역시도 여기에서 학원, 과외로 대표되는 것이 영어교육? 외국어교육? 이렇게 생각하고 읽었는데, 저자가 말하는 교육의 범주는 더 넓은 의미의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 이전에 저자는 ‘교육’이라는 표현을 그다지 사용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내가 지레짐작했을 뿐.

그러다보니 책을 읽으면 그냥 여행기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게 사실 맞는 것 같다. 굳이 우리가 지레 상상하는 애들 학원보내는 것 보다 함께 여행하고 직접 경험하는게 좋다..라는 식의 부등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애들 학원보내고 사교육시키는 대신에 이렇게 즐길(?) 수도 있어…라고 이야기하는게 맞는 것 같다. 그만큼 어려서부터 아이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한 경험들이 비단 교육을 목적으로 비장한 마음을 가지고 떠나는게 아닌 느낌이었다. 사실 책 자체는 그냥 여느 여행기처럼 술술 가볍게 읽힌다. 초보 여행러로서 저질렀던 실수도 있고, 그 안에서 서로 다독이고 즐길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이 좋았고, 읽는 동안에는 교육에 대한 문제는 그냥 잊고 읽었다. 우리가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통해서 아이도 배우고 엄마도 배우고 아니 그냥 여행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따뜻하게 전달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 책에 대해서 내가 그냥 선입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야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열에 불타있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보고 그렇게 자동적으로 떠올렸다. 부담없이, 가벼운 여행에세이로 읽어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들으면 하늘에 올라간 사람이 내가 아니라 올케언니인 줄 알았을거다. 돌고래 비명이 너무 웃겨 영상을 보고 또 보며 계속 놀렸다. 어쩌면 아래에서 보는 게 더 무서웠을 수도 있다. 상상은 불필요한 감각까지 구석구석 자극하는 법이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의 흥분과 감각이 생생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출산의 고통도 죽음과 같았다는 기억만 있을 뿐 감각은 떠올리지 못하는 것 처럼. 다만 경험은 세포 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저절로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험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책상 앞에 앉아 패러세일링 사진을 보면서 원리를 공부하고 속도를 계산한다고 해서 가슴 터지는 자유로움과 심장의 쫄깃함을 알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문명 세계에서 문명의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낱 미개인일 뿐, 굳이 그곳까지 가서 탐험가 흉내를 낼 필요는 없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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