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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신예희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 Mashimaro | 2022. 6. 29. 11:13

 

 

 

 

 

이 책에 처음 끌린 포인트는 아마도 제목과 작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임팩트 있었던 것은 책 표지에 쓰여있는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라는 문구. 그저 재미있는 문구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이 문구야말로 이 책의 아이덴티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신예희 작가의 책은 예전에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을 읽은 적이 있고, 굉장히 인상적이면서도 공감이 되었다. 미처 입밖으로 내지 못하고 있던 것들을 대신 잘 쏟아내 준 느낌이랄까? 이번에 읽은 이 에세이 역시 그렇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 우리를 대신에 대리만족...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처지에서 신나게 신세한탄을 쏟아내고 있는 그런 책이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공감이 안 될 수가 없다. 심지어 신세한탄을 넘어서서 그동안 그녀가 경험한 여행 에피소드들을 풀어주니, 방구석에서 함께 여행으로 대리만족 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맞아.. 여행을 하면서 그런 일들이 있었지.. 하면서 나의 여행 또한 떠올려보는 계기도 되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이 센스있고 유쾌한 글투. 이것 때문에라도 한바탕 피식 웃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독서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한가지 더 깨알같은 재미는 MBTI 였는데, 저자의 MBTI가 나와 같은 유형이었다. 물론 MBTI를 과학적으로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할때 어떠한지를 이야기하는데, 너무 공감포인트가 많아서 그저 웃겼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충분히 존재하는 구나..라는 면에서 위안 아닌 위안도 얻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제 곧 각국으로의 여행도 오픈이 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사전 워밍업 차원에서 모두 한번씩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책이었다. 

 

 

 

나로 말하자면 ESTJ 유형으로, 일명 '엄격한 관리자'다. 조직적으고 현실적이고 단호하며, 일을 지시하고 결정하는 능력이 좋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16가지 성격 유형 중에서 경제력이 가장 좋은 타입 중 하나로 분류된다고(앗싸). 하지만 조금만 삐끗하면 가부장적인 꼰대가 되기 쉬운데, 특히 게으르거나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람, 잡생각이 많고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이랑은 상극이 될 수 있단다. 맞다. 상상만 해도 벌써 쥐잡듯이 잡고 싶다. 

 

여기까진 참 따숩고 좋은데 말이죠, 문는 언제 어디에나 변수가 있다는 겁니다. 치밀하게 계획된 일정을 머릿속에 담아두지만 종종 뒤통수를 맞곤 한다. 마음을 놓을 만하면, 잊을 만하면 별별 일이 생긴다. 커다란 가방을 질질 끌고 리스본 오리엔트 역 계단을 낑낑 올라 포르투행 기차표를(물론 미리 인터넷으로 결제까지 해놨다) 찾으러 갔을 때도 그랬다.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리스본에 도착해 곧장 여길 온 건데, 뭐라고요, 철도 파업? 파어어업? 당장 앉고 싶고 눕고 싶고 씻고 싶고 울고도 싶지만 일단은 빨리 머리를 굴려야 한다. 2달간의 여행인데 첫날부터 이런 일이 생기다니, 하면 머릿속의 노트북을 켜고 비극을 집필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비탄에 젖거나 분노할 시간에 어서어서 기차표를 환불 받고 어서어서 대안을 찾는 게 낫다. 그리고 같은 일이라도 내가 요걸 재미있는 경험으로 만들어버리면 된다. 하하하 웬일이야, 이거 두고두고 얘깃거리 되겠다며 웃어버리는 순간 정말 웃긴 일이 된다. 

 

여행은 소중하고 중요하다. 낯선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사이 작거나 큰, 사소하거나 사소하지 않은 용기가 생긴다. 잠깐의 시도가 의외로 많은 걸 바꿔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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