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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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이승용 『헛소리의 품격』

| Mashimaro | 2022. 6. 30. 12:40

 
 

 
 
 

정말 우연히 밀리의 서재에서 무슨 책을 읽어볼까..하다가 골라 보게 된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사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관련된 책은 이미 몇 권 읽어본 적이 있다. 에세이 형식의 글도 읽어보았고, 또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잘 살리기 위해서 어떻게 일해야하는지에 대한 책도 읽었던 것 같다. 저자는 광고계에서는 누구나 안다는 그 유명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안에서 저자가 일을하면서 느끼던 일들 또는 카피라이터로서의 팁들을 전달해주고 있는데, 그게 전부라면 굳이 이 책이 재미있겠는가 하겠지만, 아무래도 이 책의 매력을 살려주고 있는 것은 저자의 입담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 책을 일반 서점사이트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나는 밀리의 서재에서 발견해서 읽게 되었는데, 브런치 공모전에서 뽑혀서 밀리 오리지널로 출판이 되었기에 아무래도 다른 사이트에서는 찾기 힘들지 않았나 싶다. 뭐 예전에 김초엽작가의 책이나 몇몇 사례들에서 밀리오리지널로 출판되었던 작품이 일반적으로 풀리기도 하는 경우들을 보았으니, 이 책도 어느정도 기간이 지나고 인기가 많아지면 아마 다른 형식으로 출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광고업계의 상황이라든지, 그 유명한 광고회사의 기업문화라든지 하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있었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생각보다 아재개그같은 말장난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사실 아재개그와 좋은 카피는 정말 한끗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누가봐도 처음엔 이 무슨 유치한 말장난인가 했던 것이 꽤 근사한 광고카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역시 프로의 할 일은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창의성 거의 제로에 가까운 나로서는 매우 신선한 이야기들이 많았고, 부러움도 꽤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어쨌든 다 차치하더라도 이 책은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무언가 힘을 빼고 릴렉스한 독서시간을 원한다면, 그 시간에는 이 책을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 작가 폴 발레리는 "작품을 완성할 수는 없다. 단지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완벽한 아이디어를 만들겠다는 욕심이 커서 스스로를 괴롭힐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이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여기까지가 최선임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창작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는 이유는 자신의 작품을 미련 없이 포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리고 마감은 여기에 그럴듯한 핑계를 더해준다. 여전히 내 발등 위에 불은 꺼질 생각을 하지 않지만, 그 불이 나를 달리게 한다. 기꺼이 포기할 수 있게 도와준다. 포기해야만 완성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나를 울게 하는 마감, 그럼에도 나를 움직이는 마감. 이 복잡미묘한 애증의 열차에 올라탄 우리는 발등 위에 불을 연료 삼아 더 멋진 아이디어를 향해 달린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이 어휘력을 꼽는다. 다양한 단어를 알고 있다면,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테니까.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어휘에 대한 감수성이라고 생각한다. 감수성의 사전적 정의는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다. 텍스트를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단어가 어떤 식으로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지 민감하게 파악하고 예리하게 포착해야 한다. 언어적 감수성은 재미나 임팩트에 눈이 멀어 타인에게 불편을 야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과속방지턱 같은 역할을 한다. 무심코 쓰는 단어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정장애'는 결정을 머뭇거리는 일을 장애에 비유함으로써 장애인을 비하한다. '확찐자'라는 단어는 코로나 시대 이후 야외 활동이 제한된 사람의 체중이 늘었다는 걸 웃기게 표현하고자 만든 신조어지만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희화화한다는 점에서 유해하다. '주린이'라는 말을 카피에 활용하려다가 멈춘 적도 있다. 이는 주식에 어린이를 더해 만든 신조어로 주식을 잘 알지 못하는 초보를 일컫는 말이지만 어린이를 미숙하기만 한 존재로 치부한다는 점에서 옳지 않다. 나는 '공처라'라는 말도 즐겨 쓰지 않는다. '아내에게 눌려 지내는 남편'이라는 뜻 이면에는 남편은 본래 아내에게 눌려 지내선 안 된다는 가부장적 인식이 느껴진다. 
 
사회에 만연한 통념, 잘못된 표현 등에 관심을 가지는 브랜드에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는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응원과 지지를 받는다. 사람들은 가치 있는 소비를 원하기 때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진 유용함만큼, 소비에서 얻게 되는 정서적 만족감 역시 중요하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이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게 크리에이터의 역할이자 책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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