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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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미야시타 나츠 『양과 강철의 숲』

| Mashimaro | 2019. 1. 29. 13:00



일본어 리뷰 [Japanese Review]

 宮下奈都 『羊と鋼の森』





드디어 이 책을 읽었다. 사실 서점대상으로 이슈화되었을 당시에 원서로 살까 고민을 하다가 나름 잘 버티고, 생각보다 번역본이 빨리 나오는 바람에,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구입해뒀었다. 그리고 선뜻 읽지를 못했다. 구입은 했으나, 소재 자체가 조율사에 대한 이야기였고, 분위기도 꽤 잔잔한 느낌이라서, 혹시 읽다가 지루한 작품이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구입해뒀던 이유는, 서점대상이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사실 내가 현재 일본에 살고있어서 더 실감하는 것일 수 있지만, 나는 사실 많은 문학상 수상작들 보다 서점대상을 신뢰한다. 신뢰한다는 의미는, 권위나 작품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읽었을 때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뜻이다. 그만큼, 서점대상 수상작들 혹은 후보작들을 읽었을 때 대부분 좋거나 재미있는 작품과 만났다. 


아무튼, 그렇게 미루고 미루던 책을, 같은 작가의 책 《기쁨의 노래》를 읽고, 고민없이 집어들 수 있게 되었다. 기쁨의 노래를 통해서 작가에 대해 어느정도 이미지가 생겼고, 그렇다면 서점대상까지 탄 이 책이라면 더 좋을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그 예상은 역시나 맞았다. 지루할 것 같았던 선입견과는 달리, 매우 술술 읽혔고, 재미있었으며, 또 미야시타 나츠의 작품답게 따뜻했다. 진작 읽을걸... 싶다가도, 이렇게 묵혀놓았다가 읽은 나름의 맛도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읽으면서 정말 작가는 작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할 수있는 소재로 이런 이야기들을 만들어낼까? 그리고 특별해보이지 않는 이런 스토리로 신파가 아닌 감동을 만들어낼까? 하는 그런 부러움이 자꾸 생긴다. 그러니까 작가겠지.. 내가 접한 두개의 작품만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에게 미야시타 나츠는 잔잔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감동을 주는 작가가 된 것 같다. 잔잔하면서 재미있기는 정말 힘든건데.. 그래서 더 좋은 작품이지 않나 싶다. 





밝은 소리가 필요한 쪽은 ‘언니’가 아니었을까. 분명 그 ‘동생’은 자신의 소리를 알고 있다. ‘언니’의 소리도 파악했다. 자신을 위한 밝음이 아니었다. 차분한 피아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반드시 어두운 소리는 아니다. 밝은 소리를 바란 이유는 ‘언니’를 위해서가 아닐까?


드디어 고집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왜 고집을 부리지 않았을까. 말을 잘 들었다. 어른스러웠다. 늘 남동생에게 밀렸다. 굳이 주장하고 싶은 자아가 없었다. 지금 고집을 부린다거나 애라는 말을 듣고야 알았다. 나는 대부분의 것에 대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해왔다. 고집을 부릴 대상이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고집을 부리고 싶을 때는 자신을 조금 더 믿어도 된다. 고집을 끝까지 부려도 된다. 내 안의 아이가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가즈네는 무언가를 꾹 참고 피아노를 치지 않는다. 노력한다는 생각도 없이 노력하고 있기에 의미가 있다. 노력한다고 생각하면서 하는 노력은 보상을 받으려는 마음이 있어서 소심하게 끝난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있는 범위 안에서 노력하고 그 대가를 회수하려고 하다 보니 그저 노력에 그치고 만다. 하지만 그 노력을 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하게 되면 상상을 뛰어넘는 가능성이 펼쳐진다. 가즈네는 부러울 만큼 고결한 정신으로 피아노를 마주한다. 피아노를 마주하는 동시에 이 세상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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