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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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제인 오스틴 『설득』

| Mashimaro | 2017. 8. 28. 16:24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드디어 한 권 다 읽었다. 왠일인지 책은 늘 쥐고 있으면서 읽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언제나 벼르고 있던 『이성과 감성』이나 『오만과 편견』, 『노생거 수도원』 같은 작품을 다 제쳐두고 가장 먼저 읽게 된 작품이 『설득』이 되어버렸다. 아무튼, 이 책이 얼마나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의 특징을 드러내는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로 어떠한 분위기의 작품을 쓰는지는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당시의 여성의 심리를 참 잘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앤 엘리엇을 통해서 내뱉은 대사나 독백, 생각들이 마치 작가가 앤을 대신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과 작가의 일체감이 돋보였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강하게 들었던 이미지는 작가의 비판적인 시각일 것이다. 당시 상류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의 단편적인 모습들과, 그것을 유지하고 중요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비판적인 시각이 은근 굉장히 통쾌하기도 했고, 또한 그러한 사람들을 굉장히 어리석게 그려낸 것 같다. 지금에야 독자와 함께 같이 웃으며 이러한 작품을 읽을 수 있지만, 과연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그 시대에도 자유롭게 이러한 풍자를 할 수 있었던 시대였을지 참 궁금해졌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 작가는 당시로써는 굉장히 트인 생각을 가진 여성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특히나 엘리자베스로 대표되는 허영을 끝까지 놓지 않는 여성의 모습이나, 정말 너무 어리석게 보일정도로 극적이고 단순한 캐릭터인 메리의 모습을 보면서, 이정도로 대놓고 비웃을 수 있음에 한편으로는 존경심마저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메리의 캐릭터가 정말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아무튼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읽으면서도 왠지 그럴 것만 같았다. 내용이 줄곧 굉장히 비판적인 시선이기는 했지만, 비관적인 결말을 그려내는 서사는 아니었던 듯 싶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마음껏 비웃는 풍자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안심이 되는 작품이자 작가인 듯 싶다. 단순한 연애소설로 보일 지 모르겠지만, 사실 연애를 통한 임팩트보다, 당시 시대상을 그려내거나, 그에 따른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들을 엿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작품들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외모보다는 지적인 여성을 이상적인 여성의 한 형태로 사용한 작가에게 작은 고마움을 느낀다. 





"그래." 스미스 부인이 좀 더 불안스레 말했다. "어떨 땐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병실의 가르침이 언제나 네 설명처럼 고상한 형태는 아니라는 게 문제지. 여기저기서 시련을 당할 때 인간은 위대할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말해 병실에서 보이는 것은 인간의 허약함이지 강인함이 아니야. 사람들이 듣는 건 자비나 용기라기보다는 오히려 이기심과 조바심 쪽이야. 세상에 진정한 우정이란 걸 얼마나 찾기 힘든지! 불행히도,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잊고 있다가 너무 늦어버렸을 때라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그렇기 때문에 갓 스물을 넘길까 말까 하는 젊고 예쁜 다른 작품 속 여주인공들에 비해 나이도 많고 얼굴도 아주 예쁘다고 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앤에게서 매력을 발견한다. 앤의 매력은 외모가 아니라 그녀의 지성이 발현될 때 가장 큰 힘을 발산한다. 비록 다시 만나게 된 웬트워스 대령이 자신의 용모를 두고 "몰라볼 뻔했다"고 하더라는 말을 들었을 때 크나큰 상처를 받지만, 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성과 인내력에 자부심이 있다. _ 이미경(작품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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