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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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오지은 『익숙한 새벽 세시』

| Mashimaro | 2017. 3. 9. 02:16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인디가수 오지은 뿐이었다. 어느날 리디북스 사이트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오지은이 글도 쓰는 구나? 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이 책은 그녀의 첫번째 책이 아니더라.. 오지은은 매력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결혼을 하기도 했고, 또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다. 산문집을 그닥 돈을 주고 구매하지 않는 나이지만, 무언가에 끌렸는지.. 나도 모르게 구매버튼을 눌러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읽기 시작한 이 책을 지금 막 다 읽어버렸다. 오늘은 이리저리 이동시간이 많기도 했다. 나의 메인 독서시간은 이동하는 지하철 및 화장실에서의 시간이기에..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그녀는 솔직하다는 것이다. 모르겠다. 원래 솔직한 사람인지.. 아니면 이 책을 그렇게 쓴 것인지. 실제로 책 후반부에 글을 처음부터 다시 고쳐썼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나온다. 그런데 그게 저자만의 주장이 아닌, 실제로 글에서 느껴졌다. 내 느낌에 그녀는 꽤 솔직했다. 담백하고, 간결하고, 무엇보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다. 얼마나 밑줄을 쳐대고, 고개를 끄덕여댔는지... 간혹 같이 웃기도 했다. 내가 그동안 속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쿨한척 연기했던 그 모든것을 대신 이야기해주는 느낌이었다. 거기다 소소한 공통점들도 몇가지 발견했다. 그녀는 트래블러스노트를 구매한 트노유저였고,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워킹홀리데이 블로그 같은 곳을 좋아한다는 것. (책에선 워킹홀리데이 블로그 같은 경우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았다고 했지만.. 나 역시 비슷한 취향을 가진터라, 내심 엄청 반가웠다.) 


어떻게하면 저렇게 담담하게, 그리고 은근하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그러한 글을 쓸 수 있을까? 본인 자체는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며, 여러가지 고민의 시간 끝에 글을 써내고 책을 펴낼 수 있었겠지만... 그 결과물을 읽은 나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심리적으로나마 잠시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오지은이라는 가수도 좋았지만, 글을 쓰는 오지은.. 그리고 사람 오지은에게 더 관심이 생겼다. 이전에 낸 책도 찾아봐야겠다. 







추운 겨울에 외투가 없다면 아마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겠지. 그런데 외투를 두 벌 샀다고 두 벌분의 행복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본주의의 셈법이 이상하다는 증거이다. 그렇게 매력적이었던 외투는 진열장에서 이동하여 내 방 옷장에 걸리는 순간 보통의 외투가 되었다. 


아, 팬케이크였다. 밀가루로 만든, 약간 퍽퍽한 식감의, 시럽과 버터로 이루어진 일차원적인 달콤짭짜름한 맛으로 먹는 바로 그 팬케이크.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바로 이것이었고 정확히 그 맛이 나를 실망시켰다. 그리워하던 것 그대로였는데 실망하게 되는 이 얄팍함은 무엇일까.


예뻤으면 더 잘 됐겠지.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후 이틀간 '예뻐서 더 잘 된 오지은'이라는 실체도 없는 상대를 떠올리며 패배감에 빠졌다.


가끔 생각한다. 사실 성장이라는 것은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대신 위장술을 익혀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욕망을 숨기고, 유치함을 숨기고, 정상적인 어른이 되었다고, 약간의 매너로 모두가 모두를 속이고 있는 것을 아닐까 하고.


내 약점을 낱낱이 드러낸 건 처음이었다. 간단히 고쳐질 리 없었지만 그래도 그걸 고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서 고마웠다.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은 역시 꺼내서 꼬들꼬들 말리는 것뿐이다. 


결국 교토에서의 한 달은, 외부에서 무언가를 얻으려 했을 때에는 실패했고, 바라지 않았던 순간에 얻었다. 쓰고 나니 너무 당연하지만 그랬다. 당연함에 항복하는 매일이다. 


아픔을 붙잡고 있는 행위는 어떤 종류의 자위일지도 모른다. 마치 바늘로 자신의 손을 찌르며 아품에 도취되는 것처럼. 어쩌면 그 사실에 가장 집착하고 있던 것은 나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노력을 해서 집중을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 못하는 집중을 잇고 또 이어서 완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날 위로해본다. 


어제 예불이 기분 좋았던 이유를 찾았다. 스님, 굉장히 음정이 정확하시다. 역시 정확한 음정은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을 솔직하게 꺼내놓을 것'이라는 조건은 처음 곡을 쓸 때도 나중에도 항상 제일 위에 있었다. 


버티지 못한다고 비겁자는 아니다. 그냥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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