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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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장류진 『달까지 가자』

| Mashimaro | 2023. 12. 11. 12:54

 

 

 

 

 

 

친구와 함께 도서관에 갔다가 친구에게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자리에서 빌려와서 읽기 시작했다. 중간에 바쁜일이 있어서 잠시 묵혀두었다가 다시 읽기 시작했지만, 정말 말그대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주인공과 친구들의 직장생활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빠져들기 시작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후 가상화폐와 관련된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마치 드라마를 보듯이 훅 빨려들어가서 바쁘게 책장을 넘기며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가상화폐가 한창 붐일때에도 너무나 관심이 없던 사람 중 한명이었다. 심지어 지인 중에 너무 열심히하고 수익도 엄청난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성격이 그러한 것인지 겁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아예 자본이 없어서 맘이 편했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나야말로 작품 속 지송이와 같은 입장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나는 하지 않겠지만, 작품 속에서 주인공 3인방이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며 등락을 확인할 때에는 나역시 그들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왠지 나중엔 뚝 떨어져서 이들이 고생할 것 같은 결말일 것 같아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며 읽기도 했다. 

 

이번 작품이 장류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들었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저자의 단편들과 같이 매우 현실을 잘 반영하는 작가님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단편도 너무 좋았는데, 장편이 되니 지루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몰입감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다.. 장편을 읽었는데 마치 단편을 순식간에 읽어버린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작품 속에서 이 가상화폐투자를 롤러코스트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을 읽는동안 함께 그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었다. 이렇게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정말 적절한 밸런스 속에서 힘들지 않게 읽게 해주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분명 작품과 현실의 배경속에는 그 어떤 힘든 상황들이 쫙 깔려있음에도, 무언가 유쾌하게 바람을 쐬며 읽게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회사는 집보다 훨씬 넓다. 그리고 냉난방이나 공기질의 측면에서 여러보로 더 쾌적하다. 모니터와 의자, 책상 모두 집에 있는 것보다 낫다. 생각해보면 회사라는 공간이 싫은 건 사무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 탓이었다. 내게 일을 주거나, 나를 못살게 굴거나,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하는 사람들. 회사 사람이 없는 회사는 귀신들이 퇴근한 귀신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평일에는 입지 못하는 편한 옷을 입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퀴 달린 의자 위에 양반다리를 척 올리고 앉아 있으면 묘한 쾌감마저 일었다. 새로운 일을 시키거나 말을 거는 사람이 없으니 집중도 훨씬 잘됐다. 

 

그 응원과 공감의 마음은 우리 역시 소설 속 그들처럼 나아질 희망 없는 지지부진한 현실에 짓눌려 있다는 실감을 공유하는 데서 비롯한다. 제자리걸음이나마 겨우 면할 뿐 훌쩍 날아오르는 상승과 도약을 꿈꿀 수 없는 청년들은 자신의 좌절된 상승욕구를 장류진의 롤러코스터를 통해 기꺼이 대리 충족한다. 얼핏 그 충족감은 가상화폐의 가상성(virtuality)을 닮아 있지만 그와 같은 가상성에 자신의 미래를 의탁하게 만드는 오늘의 현실은 결코 가상적이지 않다. (작품해설 : 한영인_아폴로 프로젝트, AGAIN!)

 

"이상할 것 같아도 막성 먹어보면 생각보다 맛은 있"(345~346면)는 '사감칩'처럼 회사는 "자신에게 원래 있는지도 몰랐던, 알 수 없는 무언가"(162면)를 갉아먹고 때론 냉동실 얼음 틀로 쩨쩨하게 굴게 만드는 곳이지만, 그럼에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다해의 선택은 '해피엔드'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삶이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그건 앞서 이 작품의 구조가 롤러코스터와 제유적 관계를 띠고 있다고 지적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롤러코스터에 탑승해 있는 동안 현실을 잊고 무한한 속도감을 만끽하며 질주할 수 있지만 약속된 짧은 시간이 끝나고 나면 다시 일상의 삶으로 복귀해야 한다. (작품해설 : 한영인_아폴로 프로젝트,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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