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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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애나 렘키 『도파민네이션』

| Mashimaro | 2023. 11. 1. 19:50

 

 

 

 

우연히 유튜브에서 뇌과학관련된 내용의 영상을 보다가, 영상 속에서 자꾸 등장하는 이 책을 보고 읽어보게 되었다. 때마침 밀리에 이 책이 올라와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영상을 보자마자 바로 책을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사실 읽으려고 책을 딱 펼칠때까지만 해도.. 주제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어렵지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일단 저자가 책을 진행하는 방법은 대부분 본인이 상담하고 치료했던 사례들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더 실질적으로 와닿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저자 본인이 로맨스소설의 중독자였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했기 때문에 더 공감과 신뢰가 갔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중독'이라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누구나 한두가지 쯤 경험하는 것이기에, 아무래도 읽는 모두가 자신의 사례 혹은 내 주위의 사례들을 생각하면서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잘 읽히는 포인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례들을 이야기하면서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도파민'에 대해서 언급하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 뇌에서 쾌락과 고통을 관장하는 곳이 같은 곳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두가지 상반된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좋은쾌락이든 나쁜 쾌락이든 어쨌든 즐겁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봐야하는데, 이것이 많아지면 결국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 처음에는 그럼 어쩌란 말이야...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만큼 우리가 이러한 뇌의 속성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어떠한 것들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예를들면 운동이라든가... 또 정직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득력있게 이야기한 책이 있었던가...

 

사실 이러한 면에서 이 책이 굉장히 실질적이고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떠한 점에서 중독성에 취약한지.. 또 이러한 것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들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사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실질적인 솔루션도 주는 것 같아서 참 좋았던 것 같다. 뭐, 남은건 적용뿐.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지난 한 세기 동안 신경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는,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균형 찾기는, 욕망의 과학을 발견의 지혜와 결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ST 분절상승 ST segment elevation이 심장학자에게, 4기 stageⅣ가 종양학자에게, 당화혈색소 hemoglobin AIC가 내분비학자에게 익숙한 것처럼, 이중생활 double life은 정신과 의사인 내게 익숙한 용어다. 이는 중독자가 타인의 시선을 피해서, 어떤 경우에는 자신까지 속이고 약물, 알코올, 혹은 다른 강박 행동을 몰래 하는 것을 가리킨다. 

 

오피오이드 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약물 역시 과거보다 지금이 더 구하기 쉽고 중독성이 더 강하다. 전자 담배는 -세련되고, 남에게 피해가 덜 가며, 무취에 재충전까지 가능하다고 소개되는 니코틴 전달 시스템은- 기존의 담배와 비교했을 때 더 짧은 흡연 기간에 혈중 니코틴 수치를 높인다. 또한 다양한 맛으로 출시되어 10대들에게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쾌락 이후에 찾아오는 갈망은 누구나 겪는 경험이다. 감자칩에 닷디 손을 대든 비디오 게임을 한판 더 하려고 클릭하든, 그런 좋은 느낌을 다시 갖고 싶어 하거나 간직하려고 노력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다. 이 욕구를 해결하는 손쉬운 방법은 계속 먹거나 놀거나 보거나 읽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어떤 쾌락 자극에 동일하게 혹은 비슷하게 반복해서 노출되면, 초기의 쾌락 편향은 갈수록 약해지고 짧아진다. 반면 이후 반응, 즉 고통 쪽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갈수록 강하고 길어진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신경 적응neuroadaptation이라 부른다.

 

DOPAMINE의 o는 목적objectives을 가리킨다. 이성적이지 않아 보이는 행동에도 나름의 논리와 근거가 있다. 사람들은 온갖 이유로 고도의 도파민을 야기하는 물질과 행동에 의지한다. 재미를 얻으려고, 어울리려고, 심심풀이로, 공포, 분노, 불안, 불면증, 우울증, 부주의함, 고통, 대인기피증을 없애려고... 목록은 끝이 없다. 

 

의지는 인간의 무한 자원이 아니다. 의지는 근육 운동에 더 가까워서 쓰면 쓸수록 더 피로해진다. 

 

어떤 사람들에겐 약물 없이도 알코올에 디설피람 같은 반응을 보이게 하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는 동아시아인에게 주로 발견된다. 이 덕분인지 동아시아인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알코올 중독률을 보여 왔다. 그런데 최근 몇 십 년간 동아시아 국가에서 알코올 소비량이 늘면서 이 안전했던 인구 집단에서도 알코올 중독률이 높아지고 있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에 대한 면역 유전자를 가진 이들이 술에 빠지면 관련된 암에 더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친밀함은 그 자체가 도파민의 원천이다. 타인과의 사랑, 엄마-자식 간의 유대감, 성적 파트너와 평생토록 갖는 유대감 등과 관련이 있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은 뇌의 보상 경로에서 도파민 분비 뉴런에 있는 수용기들을 옭아매고, 보상-회로관을 강화한다. 간단히 말해 옥시토신은 뇌의 도파민을 증가시킨다. 이는 린 홍Lin Hung, 롭 말렌카 등 스탠퍼드대학의 신경과학자들이 최근에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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