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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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김혼비 『다정소감』

| Mashimaro | 2022. 11. 2. 08:19

 

 

 

 

너의사랑 나의사랑 김혼비!를 외치는 나로서,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일인지 이제서야 완독을 했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지만, 이번 작품 역시 너무나도 좋았다. 

김혼비 작가는 정말 내가 제목과 소재와 관계없이 책을 집어들게 만드는 작가 중 한명이다. 그래서 이사람 저사람에게도 열심히 소개를 하기도 하는데, 좋아하는 이유는 참 많지만,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포인트는 바로 작가의 유머감각일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이 안맞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녀의 글투가 너무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그냥 재미있기만 한게 아니라 깊이가 있다. 

이 책 역시 너무 재미있기도 하지만, 다른 작품속에서 늘 조금씩 묻어나고 있던 작가의 가치관과 생각들을 조금 더 드러내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작가의 이런 마인드가 좋고 공감되는 포인트들도 많이 있어서 더 좋긴 하지만, 혹여나 이러한 가치관이 맞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불편한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어느 누구에게 추천해도 좋다!라는 피드백을 들을 자신이 있었고 또 그래왔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작가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책 추천이 쉽지 않아질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물론 난 김혼비 작가가 좋다. 재미있고 따뜻한 글을 쓰면서도 거침없지 본인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자신감과 강단이 좋다. 늘 하는 말이지만 제발 다작해주셨으면 좋겠다. 

 

 

 

미괄식의 나쁜 점은 뚜렷한 목표가 없어서인지 종종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남에게만 그렇게 보이면 모르겠는데, 내가 나를 그렇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무척 피곤해진다. 

'가식적이다'라는 말에는 자기실현적인 면이 있어서 누가 그렇게 규정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언행 하나하나가 가식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건 아마도 많은 사람이 사회생활을 할 때 사회적 자아-페르소나를 사용함으로써 말과 행동에 가식이라는 혐의를 가질 만한 부분이 일정 정도 섞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고민이 깊어지면, 나의 본모습 혹은 '나다움'이 무엇인지, 좋은 사람을 모방하고 연기하는 행위가 '나다움'을 해치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워지는데, 이런 때야말로 (드라마 배우들처럼) 본격 연기하는 톤으로 앙칼지게 외쳐야 할 때다. "나다운 게 뭔데?" 그러니까. 나다운게 뭐길래. 보통 내 안 어딘가에 '진정한 나다움'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나는 그 '나다움'을 발견하고 찾아내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나다움'의 상당 부분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고난 나, 만들어진 나, 만들어져가고 있는 나, 모두 다 나이다. '본캐'도 '부캐'도 다 나.

내가 책을 어디까지 자기 중심적이고 감정 과잉적으로 읽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가 있는데, 한창 되는 일도 없고 하는 일마다 망해서 나 자신이 너무나 하찮고 쓸모없게 느껴져 괴롭던 시절,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맞춤법 책을 읽다가 운 적이 있다. '쓸모 있다'는 띄어 쓰고 '쓸모없다'는 붙여 써야 문법에 맞으며, 그건 '쓸모없다'는 표현이 '쓸모 있다'는 표현보다 훨씬 더 많이 사용되기에 표제어로 등재되어 그렇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그래, 세상에는 '쓸모없다'를 쓸 일이 더 많은 거야! 쓸모없는 것들이 더 많은 게 정상인 거야! 나만 쓸모없는 게 아니야! 내가 그 많은 쓸모없는 것 중 하나인 건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멋대로 위로받고는 눈물을 쏟은 것이다. 


갓 수확한 감자로, 갓 튀겨낸 감자칩을, 갓 열어 먹을 때의 기분은 오 마이 갓이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그의 눈빛이었다. 그는 늘 나를 세상 쓸모없고 성가신 사람보듯 바라봤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눈빛들은 차곡차곡 내 눈 안으로도 들어와서 언젠가부터 나도 나를 그렇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성가시고 하찮은 존재'로 매일매일 규정되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라는 글자는 슬며시 사라지고 그저 '성가시고 하찮은 존재'로서의 나만 남는다는 것을. 나에게조차 나는 성가시고 하찮았다. 그렇게 하찮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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