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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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코리 닥터로우 『홈랜드』

| Mashimaro | 2021. 7. 5. 01:47

 

 

 

 

 

이 책은 얼마 전에 읽었던 《리틀 브라더》의 후속편이다. 사실 후속편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나의 완독보고를 본 지인이 후속편이 있다고 알려줘서 바로 찾아읽게 되었다. 내용은 전작인 《리틀 브라더》와 결을 같이하고 있는데, 전작이 고등학생인 주인공을 통해 조금은 가벼운 느낌으로 그려내고자 했다면, 이번 《홈랜드》에서는 성인이 된 주인공이 겪는 조금 더 진지하고 디테일한 이야기들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다. 이 작가는 정말 진지함과 유머러스함 사이에서 너무 무겁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도록 줄타기를 잘하는 것 같다. 

 

등장인물들은 그대로 전작에 나왔던 이들이 대부분 등장하고 있고, 물론 새롭게 추가된 인물들도 있다. 고등학생때부터 이미 한차례 홍역을 겪었던 마이키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학자금 문제와 실직한 부모님 때문에 결국 중퇴를 하게되고, 또 마샤를 재회함으로 인해 다시 한번 치열한 싸움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내용은 전작보다 조금 더 디테일하고 끈질기다. 거기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마이키, 다른 해커들, 그리고 상대진영의 사람들도 이전보다는 더 치밀한 두뇌싸움을 하게 된다. 물론 클리셰처럼 전작과 오버랩되는 장면들도 꽤 등장한다. 

 

이 소설의 무서운 점, 혹은 대단한 점이 무엇이냐 하면, 이것이 비단 완전한 픽션의 세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건의 소재마저도 미국의 학자금 대출건을 가지고 왔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지인들 몇명에게 학자금때문에 괴로웠던 에피소들을 바로 얼마 전까지 들었는데 말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작가는 여전히 뒷부분에 참고문헌과 덧붙인 글 등을 활용해서 실제 인물들과 실제 매체들을 유쾌하게 등장시키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던 것은 애런 슈워츠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학술저널에 대한 일이 발단이었으니 심지어 남일 같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거기다 작가는 소설 속에 등장시킨 많은 툴, 기술, 개념들을 현실속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뒷부분에 실려있는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에게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부추기고 있다. 그것도 매우 유쾌하게. 아무래도 지금도 계속해서 관련 블로그도 운영하면서 관련 활동을 하고있기에, 어찌보면 그가 쓰는 소설들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그리고 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리틀 브라더》, 《홈랜드》를 이어서 재미있게 술술 읽으면서도 내 머리속에서 참 많은 생각들이 오고갔던 것 같다. 지금도 분명히 나의 휴대폰, 노트북, 곳곳에 있는 CCTV, 각종 도구들을 통해서 어딘가로 나에 대한 정보가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제멋대로 통제되는 정보들도 있을 것이고, 나의 동의도 없이 어디선가 공유되고 있는 정보들도 있을 것이다. 긴장하면서 이것저것 점검해봐야지 하면서도, 과연 이 방대한 확인을 내가 할 수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래도 경각심을 가져보는 것은 분명 필요할 것 같다. 

 

 

 

졸루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덮개를 열어서 배터리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나도 잘 아는 스페인 농담을 인용해 말했다. "내가 여기에 있는 건 미쳤기 때문이지, 바보라서가 아니야."

 

놈들이 거짓말 탐지기를 믿는 건 자신이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았고,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놈들은 그 검사가 작동한다는 걸 '안다.' 그건 자기가 아는 사람들이 믿는다는 이유로 점성술이나 신앙요법을 믿는 일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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