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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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김하나 『말하기를 말하기』

| Mashimaro | 2021. 4. 22. 21:11

 

 

 

 

 

아.. 또 당했다. 오늘은 풀버전이 안올라올 줄 알고 오디오클립에 들어가 봤는데, 오늘 무료로 올라온 오디오북은 풀버전임은 물론이요 내가 좋아하는 김하나 작가의 산문이었다. 이전 작품 중 황선우 작가와 함께 썼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오늘의 무료 오디오북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덕분에 이틀 연속으로 하루종일 오디오북을 읽는 사태가 일어났지만... 하지만 책을 다 읽고 아니 듣고난 지금 오디오북을 듣길 잘했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책 속에서 김하나 작가는 자신을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이 순서 또한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읽고 난 후에 써야하며, 듣고난 후에 말해야 한다. 이 한 문장 안에서 이미 느낄 수 있듯이 굉장히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았고, 또 굉장히 많은 부분들을 배웠다. 심지어 너무나 공감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차분한 글투와 목소리로 고스란히 전달해 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이번 오디오북은 작가 본인이 직접 낭독을 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오디오북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클럽하우스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말하기'에 대한 많은 고민들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은 말하기'인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참 적절한 타이밍에 이 책을 만난 것 같다. 김하나 작가의 글은 여전히 설득력 있고, 또 여전히 잘 쓰여진 문장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부러움의 감정들이 솟아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직접 목소리로 전달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뭔가 조금 더 친밀해진 느낌도 들었다. 그 와중에 모 방송국에서 라디오PD로 일하고 있는 친구의 이름까지 에피소드로 등장했으니, 진짜 묘한 책이 되긴 했다. 

 

이번 오디오북은 작가가 직접 참여한 터라 더할나위 없이 너무 좋은 오디오북이었는데, 역시나 내용 또한 너무 좋아서 밑출을 긋고싶은 욕망을 억제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아무래도 다시 돌려들으면서 타이핑을 하든가, 책을 다시 구입해서 밑줄을 그어가며 다시 읽어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어쨌든 책을 끝내며 오랜만에 기분좋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누구나 시키는 일은 하기 싫어지는 법이다. 광고와 브랜딩을 하면서 얻은 큰 깨달음 중 하나는 설득은 매혹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옳다고 이성적으로 설득되어서 움직이기 보다는 일단 매혹된 것에 이성적인 듯한 이유를 갖다붙이려는 심리가 있다. 

 

팟캐스트를 하면서 내가 가장 기쁘게 생각하는 칭찬은 '무해하게 재미있다'는 말이다. 남을 공격하거나 비하하는 농담을 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다는 뜻이다. 

 

살다보니 어느새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를 소개할 때 이 순서를 바꾸지 않는다. 읽고나서 쓰고 듣고나서 말한다. 읽고 쓰기가 듣고 말하기보다 먼저 오는 것은 읽고 쓰기의 호흡이 더 느리기 때문이다. 천천히 받아들이고 느리게 사유하고 꼼꼼이 정리하고나서 듣고 말하기에 나선다. 듣고 말하기를 아무리 천천히 해도 즉시적이어서 실수하거나 무례를 범하기 쉽다. 

 

나는 마이크 앞에 선 여자가 더 많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자, 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질병을 앓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주어진 마이크들을 더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읽고 쓰고 들어야겠지. 내게 마이크가 있는 한, 아니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더 많이 말하고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 지금껏 들리지 않았던 수많은 목소리들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싶다. 한없이 내성적이었던 나에게 용기를 주셨던 분들처럼, 나도 편견 앞에 주눅든 많은 사람들에게 목소리 낼 용기를 주는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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