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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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무라야마 사키 『오후도 서점 이야기』

| Mashimaro | 2021. 4. 14. 10:58

 

 

 

 

 

오랜만에 훈훈하고 말랑말랑한 소설을 읽었다. 역시나 일본소설 특유의 따뜻함이 있는 작품이었다. 마치 동화같다고나 할까. 사실 이미 제목을 보고 분위기는 어느정도 예상을 했고, 또 서점대상 후보로 올라갔던 작품이라는 문구를 봤을때 확신을 했다. 그리고 역시나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하고 평온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워낙에 스릴러나 추리소설 등 긴장감이 고조되거나 잔인한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정말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힐링하며 읽은 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서점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주인공이며 책과 관련된 편집자 작가, 책을 사랑하는 독자 등... 책 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흐뭇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어떤 갈등요소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잔잔하게 해결되는, 즉 큰 갈등구조가 없는 그런 스토리여서 오히려 나는 좋았다. 뭐 그런거다. 가끔은 이런 잔잔한 작품이 땡길 때가 있는거다.

 

그리고 또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실제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일을 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서점직원들이 어떻게 책을 선정하며 마케팅하는지, 그리고 이런 일까지 담당했구나..하는 점들을 잘 녹여내어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책 뒤쪽에 실려있는 작가의 후기를 읽어보니 실제 서점직원들의 피드백도 받았다고 하니, 작품의 스토리에도 신뢰감이 생겼다. 그리고 내용이 이러하다 보니, 서점의 직원들이 직접 뽑는 서점대상의 후보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니겠다 싶다. 

 

어쨌든 이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책을 미소지으면서 다 읽었는데, 찾아보니 후속편이 또 있다고 한다. 리디셀렉트 덕에 편히 읽었는데, 후속편은 어쩌지?하고 잠시 고민을 했건만.. 다행히(?) 후속편인 《별을 잇는 손》이 밀리의 서재에 올라와 있다. 이 따뜻한 느낌이 가시기 전에, 이어서 다음편을 읽어봐야겠다. 

 

 

 

잇세이는 분노에 찬 말은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사람은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말이라는 탄환을 쏟아부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별수 없잖아, 찾는 책이 없는걸. 동네 서점에는 내가 찾는 건 하나도 없다니까”라고 하면 “뭐하러 서점에 가? 인터넷 서점이 있는데”라고 대답하는 시대의 바람에 오후도 서점도 흔들리고 있었을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예외란 없었다.

 

“작고 오래된 서점이지만 이 근처에서는 편의점도 없고 대형 서점도 없어요. 중고 책방조차 없다오. 여기뿐만 아니라 이웃 동네에도 책을 파는 가게는 모두 문을 닫아버려서 이제 서점이라고는 우리 가게 하나뿐이에요. 오후도가 없어져도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살 수 있지만 노인과 어린아이는 그럴 수가 없어요. 모두가 책을 못 읽게 되고 말지. 주변에 도서관도 없으니. 그건 참을 수 없는 일이에요. 무엇보다 마을에서 서점 불빛이 사라져버린다는 게 속상해요. 마지막으로 남은 사쿠라노마치까지 서점 없는 마을이 되어버리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요?”

 

“평생 살면서 문구를 사용할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지요. 글씨를 쓰는 횟수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손에 익은 최고의 만년필로 아름다운 글씨를 쓰고 싶어요. 아무 데서나 파는 펜을 쓰다니 말도 안 돼요.”

 

“내면의 아이가 울고 있다는 건 외로워서만은 아닌 것 같아요. 믿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아마도 사람을 믿고 싶어서, 외로워서 울었을 거예요.”

 

운이 좋은 책이구나, 나기사는 생각했다. 생명력이 강한 책이다. 스스로 알릴 기회를 잡는 책, 가끔 그런 책이 있다.

 

잇세이는 서점을 향해 걸으며 미소 지었다. ‘살아 있는 한,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꿈꾸는 일은.’

 

 

반대로 한 개의 동네 서점이 사라질 때, 우리가 잃는 것은 비단 몇 명의 일터만이 아니다. 책방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그 동네에 근육과 살이 붙는다는 것을 지켜본 사람, 또는 그 작은 공간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누군가는 너무 순수한 이야기라고, 시대에 뒤떨어진 믿음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책이 당신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부디, 행복해지는 것을 포기하지 말 것. (김소영 _ 추천사 | 사랑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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