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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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마쓰이 타다미쓰 『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

| Mashimaro | 2019. 5. 28. 16:25






일본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무인양품을 꽤나 애용하고 있다. 특히 수납용품등을 좋아하는데, 최근에 이사도 한 터라 거의 매일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읽게 된 책이라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다른 기업의 오너나 경영인들이 쓴 책들을 많이 읽어보기는 했지만, 자주 들르고 있는 무인양품에 경우, 내부적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 더 흥미가 생겼을 수도 있겠다. 


흥미로웠던 것은, 경영인이 쓴 글이라 경영전략이 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그러한 부분들을 다루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기록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수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실 문구나 기록에 관한 책인가 하고 당황할 정도였다. 저자가 주로 사용하는 바법은 PDCA로 Plan(계획), Do(실행), Check(평가), Action(개선)을 뜻한다. 대부분의 이 순서로 수첩에 기록하고 활동하는데, 무인양품의 경영과정 역시 이러한 툴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내가 좋아하기도 하는 무인양품의 디자인, 심플함, 기본에 충실함 등에 대한 설명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는데, 먼저 무인양품이 세존그룹의 계열회사라는것. 또, 2000년 경에 무인양품이 굉장한 적자의 상황이었다는 것. 내가 무인양품을 처음 알게된 것이 2002년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였는데, 그 당시에도 꽤 많은 점포들이 있었고, 경영이 어렵다는 것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었다니, 나름 꽤 놀랐다. 저자는 무인양품이 적자에 허덕일 당시에 경영인으로 취임이 되었고, 그 과정속에서 경험한 것들을 책속에 풀었다. 

이 책이 술술 잘 읽혔던 이유는, 일단 내가 무인양품을 애용하는 사람이어서 일 것이고, 또 경영전략이나 이론적인 부분보다는 실질적인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알기 쉬웠던 것 같다. 특히나 무인양품을 자주 들르다보니, 책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이나 변화들이 내가 직접 피부로 느낀 것이 많아서 이해하기 쉬웠다. 책을 읽음으로서 원래 가지고 있던 기업이미지가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한 속사정, 그리고 기업가치등을 알게되어서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다양한 정보가 같은 형태의 수첩 속 정해진 서식에 정리된 ‘통일성’, 나날의 정보가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연속성’,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는 ‘기록성’, 이 세 가지가 경영은 물론 사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무인양품이 그저 요지 야마모토라는 간판에만 기댔던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인양품은 디자이너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제품 그 자체로 승부하는 것이 창업 당시부터 지켜 온 철학이다. 물론 당시에는 이 점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았기에 일종의 ‘암묵의 규칙’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경영 상태가 어떠하건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 나아가 양품계획이라는 기업이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이자 평가 기준이라 할 수 있다. 


태그를 잘라 버리면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알 수 없다. 즉 착용감이나 세탁의 편의성 보습성 등 소재와 기능만으로 ‘잘나가는’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무인양품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한 ‘오직 물건만 보이는 제품을 만든다’는 신념을 지켰다. 디자이너나 생산자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다. 물론 광고에 유명인을 등장시킨 적도 없다. 제품 그 자체로 승부하는 것이 무인양품이다. 디자이너의 이름이나 유명인을 내세워 올린 매출은 진정한 매출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업에 따라서는 업무 매뉴얼을 제본해 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제본된 매뉴얼은 보자마자 그다지 쓸모없는 매뉴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제본되어 있다는 것은 내용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제품, 서비스 모두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몇 년간이나 변하지 않은 업무 매뉴얼이 도움이 될 리가 없다. 


매뉴얼이나 시스템은 만드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만들어 놓는다고 저절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피를 흐르게 한다’라는 내 표현처럼 혈액이 사람 몸속을 순환하듯이 피가 계속 돌고 도는 매뉴얼과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비로소 효력을 발휘한다. 


사풍을 만들 때 중요한 일은 리더가 움직여야 한다는 것과 하늘이 두 쪽 나도 계속하는 것, 이 두 가지다. 그리고 하나 더, 타협하지 않고 철저히 실행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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