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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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토마 마티외 『악어 프로젝트』

| Mashimaro | 2017. 11. 19. 05:07






어쩌다보니 또 페미니즘 관련 책이다. 하지만, 난 이 책을 굳이 페미니즘을 강조한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그냥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고, 현실을 어느정도 숨기지않고 자세하게 그리려고 노력했느냐, 얼마나 공론화 하려고 노력했느냐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프랑스의 한 작가가 길거리를 포함한 일상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들의 성폭력, 성차별 피해에 관해 그려낸 책이다. 굉장히 알기 쉽고, 직관적이다. 그림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굳이 글씨가 쓰여있지 않아도 한눈에 상황이 보일 정도다. 첫 페이지를 펴는 순간부터 눈살이 찌푸려졌고, 읽는 내내 인상을 쓰고 읽었다. 하지만 읽으면서도 내용을 부정할 수가 없는 것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상황들이 이미 내가 직・간접적으로 이미 알고 경험한 상황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남성의 모습을 악어의 형태로 그려냈다. 이 부분을 놓고 많은 논쟁이 있었나보다. 찬성하는 입장도 비판하는 입장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저자에 의견에 한표 더 던져주고 싶다. 그리고, 여성만을 사람의 형태로 그려냈기 때문에 확실히 여성의 입장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저자는 다른 어떠한 해석이나 감상보다도, 여성의 시선에서 생각해보고 공감해보기를 원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의도였다면, 나는 어느정도 성공한 작전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이 책은 부제에서도 보이는 바와 같이 남성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남성들은 이 책을 보면서 어떠한 느낌을 받을까? 여성들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을까? 책의 내용을 보면서 일차적으로 기분이 나쁠까? 아니면 이런 상황에서는 여성들이 이러한 공포를 느끼는구나라고 공감해줄 수 있을까? 어쨌든, 우리나라처럼 쉬쉬하고 드러내지 않는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 시켜볼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여성의 입장에서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이 책은 분명히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후반부에 실려있는 부록 역시, 굉장히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여성과 남성이 '함께'읽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런데 『악어 프로젝트』는 남성을 악어로 그림으로써 일반적인 이야기와 차별성을 갖는다. 여성은 사람으로 그려지고 남성만 동물로 표현되었으므로(게다가 내레이션은 경험담을 들려주는 여성의 '주관적인' 시점이다), 독자는 여성에게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사실 남성은 자신을 여성과 동일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럴 기회가 거의 없기도 하거니와 공감 능력은 남자답지 않은 영역으로 간주하고, 소년들에게 그것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로랑 플륌 _ 왜 모든 남성을 악어로 그렸을까?)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며 근본적인 일이다. 만약, '악어'들이 잠깐만 멈춰서 2분 정도만 자신이 성희롱 또는 성폭력을 가하려는 여성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절대 악어들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남성의 공감 능력 향상을 방해하는 것 같다. (로랑 플륌 _ 왜 모든 남성을 악어로 그렸을까?)



게다가 이러한 폭력은 여성에게 특정한 행동과 태도를 강요하고자 한다. 흔히들 폭력의 원인은 항상 우리 여성에게 있다고 한다. 우리가 젊고 예쁠 때, 섹시한 옷을 입을 때, 미소를 띨 때, 늦은 시간 지하철을 탈 때, (혹은 이 모든 경우가 아니더라도) 남성은 우리의 매력에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제대로 처신할 수 없다. 만일 우리가 너무 예쁘다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또한, 반대로 우리가 못생겼다면, 우리를 놀리거나 모욕하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이중 제약이다. 여성이 사회의 성차별적 기대에 자신을 맞춘대도 비난받을 것이며, 여성성의 규범에 순응하는 것을 거절한대도 비난받을 것이다. 잘못된 선입견에 따르면 남성이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자기 성기를 보여주고, 성적인 제안을 하는 등등의 행동은 여성의 존재 자체와 어떤 태도에 따른 결과다. 그리하여 여성은 성폭력을 '유도'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하지만, 성폭력의 책임은 여성이 아니라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있다. (이렌 자이링거 _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많다!)



그의 작품은 여성이 끊임없이 남성과 싸워야 하는 현실이 공동의 사회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남성은 태생적으로 가해자가 아닐 뿐더러, 공공장소 성폭력은 얼마든지 물리칠 수 있는 사회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불행에 마침표를 찍으려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길거리 성폭력 중단' 단체 _ 우리는 한께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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