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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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정상훈 『어느 날, 죽음이 만나자고 했다』

| Mashimaro | 2022. 3. 23. 08:12

 

 

 

 

 

의사들이 쓴 글은 몇번인가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번과 같은 느낌은 또 참 새로웠던 것 같다. 저자는 의사이기도 하고, 주로 다루는 이야기의 무대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한 지역인데, 이 이야기의 중심은 오히려 우울증을 경험한 자신의 이야기와 엄마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우울하게 읽었던 것 같다.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늘 죽음이 자신을 부르고 있는 그 느낌으로부터, 죽음을 만나기 위해 국경없는 의사회의 활동지역으로 떠났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부분부터 조금 놀라기도 했다. 어떤 의사가, 심지어 국경없는 의사회라고 한다면 세간에서 어떠한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라볼지 알고 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사실 책을 읽다보니, 저자에게는 나름 이러한 이유가 처절한 몸부림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보니, 각 지역에서 겪었던 그 경험들이 저자 개인의 고민보다 더 무겁다고도 단언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집을 떠난 낯선 곳에서 많은 상황들과 싸우면서도, 또 본인의 우울증과 싸워야했다. 거기다가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엄마와의 기억들과도 해결할 것이 많았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을 쫓아가는 나의 모습도 그랬다. 활동지역에서의 상황들을 그려가며 함께 긴장했고, 또 저자의 괴로움에 함께 신음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책이 막판을 향해 갈수록 느껴는데, 저자가 활동지역에서 죽음과 직면하는 그 상황들보다, 결국 엄마와의 기억과 마주하면서 무언가를 해결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컸다. 

 

개인의 물음으로 시작해서, 많은 이들을 도우며 죽음과 직면하고, 봉사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활동한 저자였지만, 결국 또 개인으로 돌아와서 가족과 자신을 바라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감사를 표현할 때에는 나도 함께 눈물이 핑 돌았다. 책을 덮으면서, 그가 어떠한 고민을 통해 국경없는 의사회의 활동을 했던 간에, 그가 풀어가려고 몸부림치던 방법과 노력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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