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해두고 꽤나 묵혀두었다가 이제서야 읽게 된 책인데,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유튜브에 관련된 책은 이미 너무나도 많이 읽었고, 또 무엇보다 대도서관의 글이나 이야기들은 꽤 접한 편이라서 별 기대감없이 가볍게 읽었다고 해야할 것 같은데, 꽤 괜찮았던 것 같다.
일단은 무엇보다 저자인 대도서관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말을 재미있게 하는 유튜버. 기획력 좋은 유튜버.. 정도로만 생각해왔는데, 생각보다 깊게 고민해 온 흔적들이 보이고, 또 책을 읽는 사람이구나 하는 점에서 사실 꽤 놀랐다. 너무 가볍게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한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내가 뭐라고 그에대해 선입견을 갖고 읽기 시작했을가 하고…
물론 이 책 역시 실질적인 유튜브운영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서 유튜브 플랫폼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 자체가 1인미디어에 대해 꽤 오랜시간 고민해 온 흔적들이 고스란히 나타나기에,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집중하기 보다는 본질적인 1인미디어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더욱이 이러한 이야기들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읽기도 쉽고, 또 이해하기도 쉽고, 공감도가 더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
역시나 비슷한 소재의 글이라고 하더라도 여러가지 책을 읽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이제 왠만하면 다 알게되었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의외의 포인트에서 다시 배우고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다시 한 번이러한 것들을 깨닫게 해 준 이 책이 새삼 고맙기도 하다.
당시 인기였던 싸이월드는 비유하면 내가 누군가의 집을 방문해 소통하는 플랫폼이었다. 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남의 집을 일일이 돌아다니지 않고 내 집 안방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타인과의 소통이 가능하다. 내가 누군가를 팔로우하면 그 사람의 게시물이 내 계정으로 날아오기 때문이다. 발품을 팔며 일일이 찾지 않아도 내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정보가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셈이다.
TV가 아닌 모바일로 세상을 보는 현대인에게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취향’은 ‘취향 없음’과 동의어다. 지금 우리는 문화적으로 중심부와 주변부가 구별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사와 취미는 무한대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TV를 틀면 채널 수백 개가 나오지만, 다양한 욕구를 지닌 사람들의 취미와 관심사의 종류는 그 숫자를 훨씬 웃돈다.
N잡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현재는 따분하고 미래는 불안하다면 누구나 N잡러가 될 자격이 있다. 한 우물만 파라는 어른들 말씀은 먼지 쌓인 구닥다리가 된 지 오래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찔러보고 맛보고 시험해보자. 단, 본업 말고 가외로 하는 다른 일에는 돈과 에너지를 되도록 적게 써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어디까지나 본업이 먼저다. 본업이 있으니까 딴 짓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완벽한 콘텐츠는 혼자가 아니라 시장 반응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일단 만들어놓고, 시청자 피드백이 좋지 않으면 수정하면 된다. 1인 미디어의 장점은 기민한 대응과 발 빠른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니까.
“만화가 지망생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습작만 하는 거예요. 이거 찔끔 그리다가 아니다 싶으면 걷어치우고, 저거 찔끔 그리다가 또 아니다 싶으면 걷어치우고… 그러지 말라는 거예요. 작품 하나를 끝까지 완성해보는 경험이 중요해요. 습작 백 편보다 실전 한 편이 나아요. 골방에서 습작만 하지 말고, 자기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웹툰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메일로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늘 같은 답변을 합니다. 글이나 말로 설명하는 건 의미 없으니 일단 원고를 보내달라고, 그러면 거기에 맞게 조언을 드리겠다고요. 그런데 아무도 원고를 보내지 않아요. 그린 게 없는 거죠. 그러니까 일단 그리세요. 웹툰 작가가 되는 첫 번째 방법은 그리기, 두 번째 방법은 완성하기입니다.”
‘양질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양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쌓이면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말이다. ‘양질전환’처럼 1인 미디어에 잘 어울리는 말은 없을 것이다. 다소 미흡하더라도 콘텐츠를 만들고 또 만들면서 자기 채널에 차곡차곡 쌓아가면 어느 순간 콘텐츠의 양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질에도 변화가 생긴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보면 그가 얼마나 루틴을 잘 지키며 사는지 알 수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마친 뒤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쉬거나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그가 지치지 않고 소설을 쓰는 힘은 단조로운 일상을 되풀이하는 데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 스펙에 관심이 없다. 내가 흙수저든 금수저든, 유학파든 국내파든, 명문대든 아니든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콘텐츠다.
어른들에게 밤에 쉴 권리,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밤에는 공부를 쉴 권리, 공부 말고 딴 짓을 할 권리가 있다. ‘공부 말고 다른 건 몽땅 나쁜 짓’ 으로 규정하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사람은 밥 없이는 살 수 없지만, 밥만으로도 살 수 없다. 성취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고 이루는 과정을 경험해야 행복하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까지 받으면 금상첨화다.
사실 1인 미디어 대도서관의 정체성은 인터넷 생방송 진행자보다 기획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1인 미디어가 공중파의 아류가 아닌 것처럼 크리에이터도 연예인이 아니다. 크리에이터에게 연예인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아마 열이면 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연예인은 가수든 개그맨이든 탤런트든 기본적으로 연기자라고 할 수 있다. 방송 콘셉트는 PD가 정하고, 대본은 작가가 써준다. 연예인은 이를 실감나게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1인 크리에이터는 연기자라기보다 기획자다. 방송에 직접 출연하니 연기자라고도 할 수 있지만, 방송 기획부터 편집에 이르기까지 자기 관심사에 따라 자기 색깔대로 결정하고 이끌어간다는 점에서는 기획자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콘텐츠 기획력이란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뚜렷한 정체성’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우직하게 정체성을 지키는 채널이 성공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중요한 것은 단발적 성공이 아니라 그것을 지속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편집을 한다는 것은 콘텐츠의 기획 의도와 콘셉트를 이해하고 일관성 있는 맥락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이는 편집 과정을 통해 자기 기획을 더 선명하게 이해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돌발성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재미를 위해 돌발 상황을 꾸미거나 연기하면 금세 티가 난다. 꾸미지 않는 진솔한 태도가 1인 미디어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런데도 인터뷰나 강연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던 건 1인 미디어에 대해 할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음지에 있는 1인 미디어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리려면 내 방송만 잘하는 걸로는 부족했다. 1인 미디어에 자극적인 콘텐츠만 있는 건 아니며 누구나 즐길 만한 대중적인 콘텐츠도 많다는 걸 언론에 알릴 필요가 있었다. 또 미래 산업에서 1인 미디어가 얼마나 중요한 분야인지, 그러려면 어떤 정책 지원이 필요한지 관련 기관과 단체를 설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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