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처음 나왔을때, 읽고싶어하는 지인이 있어서 선물만 한번 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밀리의 서재를 통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유병재에 대해서는 TV를 통해서 잠깐씩은 접했지만 그리 많이 알지는 못했고, 왠지모르게 마음이 약한 캐릭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약간의 반골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알긴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기질이 코미디언으로서 그의 아이덴티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책의 형식은 특이한 형태였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끄적인 메모 혹은 일기와 같은 글들을 모아놓은 터라 출판사 소개페이지에도 스크롤 형식으로 읽는게 좋을 것이라고 쓰여있었다. 물론 나는 전자책 리더기로 읽었기 때문에 그냥 페이지를 넘겨가며 읽었지만, 그래도 별 무리는 없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 유병재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 혹은 관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가진 생각을 꽤 솔직하게 풀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의 말빨답게 재미있었다. 이럴때 위트가 있다고 표현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가 재미있었던 부분은 단순히 웃긴 부분보다는 사회비판적인 시각, 혹은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직구로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표현함에도 불구하고 쎄거나 거부감이 든다는 느낌은 없는 것 같다. 이것 또한 그의 능력치가 아닐까.. 요즘은 이런 책들이 좋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가볍지 않은 그런 책. 밀리의 서재에서 대여해서 읽은 셈이지만, 예상외로 왠지 한권쯤 소장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말에 가시가 돋아서 기분이 안 좋은 줄 알고 걱정했어. 성격이 안 좋은 거였구나.
하지만 우습다고 후진 것은 아니며 진지한 것만 멋진 것은 아니다. 나는 비웃는 동시에 사랑한다.
사랑과 조소는 가분의 개념이 아니다.
“내가 구정에 죽어야 느이들이 제사 지내기 수월헐 텐디.”
연륜이 담긴 해학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노력만으론 갈 수 없는 영역. 진짜 농담.
걱정, 근심, 게으름, 시기, 질투, 나태, 친일파, 자격지심, 악성댓글, 독재자, 뻔뻔함, 교만, 식탐, 성욕, 의심, 위선, 이기심, 군부세력, 불평등, 폭력, 성범죄자, 혐오, 피해의식, 적폐, 질투, 차별, 꼰대, 자기혐오를 내 통장에 넣어두고 싶다. 거기는 뭐 넣기만 하면 씨팔 다 없어지던데.
대한민국에서 아들딸로 살기 힘든 이유 : 딸 같아서 성희롱하고 아들 같아서 갑질함.
누군 울고 싶어서 우나? 울 수밖에 없어서 우는 사람한테 울지 말라니, 누구 편하자고 울지 말래?
울고 싶어서 우는 경우엔 더 그렇다. 울고 싶어서 우는 건데 왜 울지 말라고 그래? 분위기 조지지 말란 얘기야? 너 좋자고 내가 눈물 그쳐야 되냐?
우는 건 안 좋고 웃는 것만 좋다는 건 또 어디서부터 시작된 개 같은 개념인지.
사람들이 당신을 겁내는 건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은 그냥 쉽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처받게 될 나를 겁내는 것이지, 당신을 겁내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어른들께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독재와 별개로 우리가 이만큼 먹고살게 된 것은 다 ‘그’의 덕이라고.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리가 이만큼 먹고살게 된 것과 별개로 그는 독재자라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맘고생하는 사람들 헬쓱해 보이게 하는 거 그만해라. 일 꼬이고 우울할 때마다 살이 얼마나 찌는데. 입맛이 얼마나 좋아지는데. 새벽에 얼마나 처먹는데. 처먹고 후회하고 또 처먹고 그 와중에 치킨 시키는 내가 싫고 그게 맘고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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