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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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혜룡 『노마드 워커 이야기』

| Mashimaro | 2018. 6. 12. 01:48





최근에 '노마드 워커(nomad worker)'라는 혹은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는 표현을 심심치않게 듣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직업군(?) 자체가 점점 특이한 일이 아니게 되었고, 노마드워커 까지는 아니겠지만 나조차도 카페나 비행기안에서 틈만 나면 노트북을 펼치고 일하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작가는 제주도에 있는 J-Space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이 책을 엮었다. 일단 제주도라는 곳 자체가 최근 굉장히 프리한 이미지를 주고, 여러가지 실험적인 작업들을 많이 하는 느낌이 있어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더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와닿는 부분은, 역시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점이었다. 소개된 노마드 워커들은 프리랜서의 경우들이 많았는데, 회사에서 소속되어 경력을 쌓은 후 프리랜서가 된 사람들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처음부터 틀에 갇힌 환경에서 일하기보다 즐겁고 도전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도전을 두려워하는 나로서는 같은 세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이런 생각과 행동이 가장 부러웠던 것 같다. 어찌보면 이들이 하나의 새로운 영역을 정착시켜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심지어 이 책 자체도 브런치에 연재하면서 책으로 출판까지 이어진 케이스가 아닌가. '디지털 노마드'의 전제가 되는 것은 아마도 크리에이티브한 마인드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는 기업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노마드 워커'라는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현재 기업이나 일반적인 직장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이야기일까? 라는 부분에 어느정도 힌트를 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디지털 노마드'라는 표현 자체는 현대의 일할 수 있는 환경, 툴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이 '노마드 워커'들이 먼저 시작을 했을 뿐이지, 일 하는 환경 자체가 점점 변화되어 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분위기가 일반 기업 등에서는 어떻게 적용되어 갈지, 또한 앞으로 어떠한 형태로 구조화 되어갈 것인지.. 등도 궁금해진다.





과도기는 불안의 시기가 아니라 기회의 시기잖아요. 저는 지금이 어느 때보다 리모트 워커나 프리랜서의 삶을 시작하기 좋을 때라고 봐요. 선구자들 덕분에 어느 정도 기반은 잡혀있지만, 아직 그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지는 않은 시기니까요.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 방향으로 먼저 뛰어들면 변화가 일어난 이후에 부랴부랴 옮겨온 사람들에 대해 우위를 점할 수 있죠.


노마드워커로 살면서 규칙적인 생활은 필수적인 것 같아요. 그것은 나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면서도 비즈니스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요. 또 규칙성을 갖기 위해 공간을 지정해 놓은 것 또한 굉장히 큰 도움이 되지요. 제주도에는 알고 있는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에 저는 언제나 같은 공간과 같은 자리, 같은 시간에 나타나서 일을 하려고 노력해요. 그럴 때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과 부딪칠 확률이 훨씬 많고 서로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해도 힘들고 지친 일들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하고 싶지 않을 일을 하거나, 끝나지 않을 경쟁을 해야 하거나, 원하지 않는 룰 속에 갇힐 때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내가 원하는 삶은 뭘까,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이런 고민은 왜 드는 거자?'라는 질문이 스스로에게 돌아오더라고요.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던 시절이 있었는데 좋아하는 것들이 생기면서 가치관이 변하고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커졌어요.


그리고 노마드씨라는 팀을 만들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내가 가진 꿈이 가리켰던 것은 결국 나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이었던 거예요. 직장도 아니고 직업도 아닌 그냥 <애니>라는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과연 가치가 있을까, 그런 걸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쫓음이었던 거죠.


환경과 목표는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령 목표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환경을 포기한다면 그건 순간적인 타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마도 노마드씨가 수익 창출을 빠르게 이뤄내지 못하는 이유도 지금의 환경을 고수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조직에 있으면서 제대로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의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고, 그 구조 위에는 '잘 갖춰진 조직을 더 멋진 곳으로 만드는 구성원'이 있기에 존재한다는 점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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